fjrigjwwe9r0UNIMO_MULTIBOARD:Brd_Contents 이동통신사의 최근 사업 방향은 LTE 데이터를 음성통화부터 문자메시지까지 인터넷을 통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VoLTE 음성통화나 ‘조인’ 같은 메시지 서비스가 그 중 하나지요. 최근에는 IPTV까지 경계를 없애 스마트폰에서도 방송을 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업 자체가 통화, 메시지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IPTV, 음악, 텔레매틱스 등 인터넷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콘텐츠 서비스로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IP기반 서비스입니다. 3개 통신사 모두 올해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지요.
우리가 쓰고 있는 장치들도 다양하게 늘어났습니다. 태블릿은 말할 것도 없고, 데이터망에 접속할 수 있는 윈도우8 PC도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심지어 카메라까지 데이터망에 연결합니다. 업그레이드 이후 남는 스마트폰도 집집마다 하나씩은 있을 겁니다. 그래서 통신사들은 약간의 비용을 더 내면 여러 장치에서 데이터를 나눠 쓸 수 있게 해주겠다며 데이터 셰어링 요금제를 내놓았습니다.
LTE 데이터 셰어링 요금제를 본 한 후배가 “내 데이터 나눠 쓰는데 매달 8천원을 더 내는 게 말이 돼요?”라고 되물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요즘 스마트폰에는 와이파이 테더링 기능이 있기에 태블릿이나 노트북에서도 별도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아도 데이터를 나눠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달 추가 요금을 내고 데이터 셰어링 요금제를 쓰는 이유는 더 편하기 때문입니다. 손쉽게 데이터를 나눠 쓸 수 있으니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지요. 이용자들은 분명 주어진 환경 안에서 가장 나은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에 대해서는 개개인이 허용할 수 있는 만큼의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겁니다. 또한 가치를 판매하는 통신사로서는 그 경험의 차이만큼 더 많은 요금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저도 남은 스마트폰에 데이터 셰어링 USIM을 꽂아 차량에 연결해 두고 내비게이션 용도로 쓰고자 했습니다. 뭐 스마트폰의 용도야 다양하니 차 안에서 음악 스트리밍이나 동영상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겠지요. 스마트폰으로 전화 통화 빼고도 할 일, 참 많습니다. 차량용 오디오를 떼어내고 구형 스마트폰을 넣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래서 데이터 셰어링 USIM을 발급받기로 했습니다. 먼저 가까운 통신사 대리점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대리점에서는 처리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통신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지점에서만 처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 3G 데이터 셰어링 USIM도 지점에서만 발급했습니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해 3G 통신을 무제한으로 쓸 수 있었기에 통신사들이 발급 자체를 조심스러워했기 때문에 지점에서만 받을 수 있었고 발급 절차도 까다로운 편이었습니다.
어쨌든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낳은 트래픽 폭탄으로 한번 크게 데인 그 마음, 이해 못할 바 아니기에 지점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지점에서도 이내 퇴짜를 맞았습니다. 상담원은 먼저 데이터 셰어링을 어디에 쓸 것인지 물었습니다. ‘내가 데이터를 어떤 단말기에서 어떻게 쓸 것인지를 설명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물론 얘기 못할 바도 아닙니다. 스마트폰에서 쓰겠다고 말했습니다.
돌아오는 답은 뜻밖이었습니다. “스마트폰에서는 데이터 셰어링을 쓸 수 없습니다.” 아, 이런 반응을 걱정 안 했던 것은 아닙니다. 이는 3G 데이터 셰어링에서도 비슷했습니다. 전화기가 아니라 별도의 데이터 단말기-당시에는 태블릿이었겠지요-를 보여줘야 USIM을 발급해 줬습니다. 이 역시 너무 많은 데이터 이용을 경계해 한정된 기기에만 데이터 셰어링 USIM을 발급하겠다는 의도였지요.
상담원도 이런 경우가 처음은 아니었는지 난감해하는 눈치였습니다. “스마트폰에 쓰겠다고 지점을 찾은 고객들이 꽤 있는데, 보도가 나간 이후로 오해해서 찾는 이들이 꽤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이 요금제를 반기는 입장인지라, 기쁜 마음에 기사로 소개한 적 있습니다.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쓴 기사가 누군가에게 잘못된 정보로 전달된 게 아닌가 싶어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결국 저도 LTE 데이터 셰어링 USIM을 발급받지 못하고 돌아섰습니다. 통신사들과 곧바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통신사들은 데이터 셰어링 요금제 개발의 의도가 데이터 전용 기기, 즉 태블릿이나 데이터를 이용하는 카메라 등을 위해서만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이들이 생각하는 데이터 셰어링의 개념도 3G의 그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기존 3G USIM이 별도의 USIM을 받아서 쓸 수 있었다면 LTE 데이터 셰어링은 동일 명의의 또 다른 회선으로 ‘개통’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니까 ‘태블릿 전용 요금제’와 비슷한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통신사들의 해석으로는 스마트폰은 데이터 전용 기기가 아니기 때문에 데이터를 나누어 쓸 수 없습니다. LTE 데이터 셰어링 요금제는 ‘스마트폰을 제외한 데이터 기기’에만 허용됩니다.
여전히 통신사들은 데이터 나눠쓰기 제도에 대해 경계하고 있습니다. LTE의 데이터 셰어링은 3G 시절 이뤄졌던 데이터 셰어링과는 조금 다릅니다. 3G는 5만원 이상 요금제에서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었기 때문에 OPMD로 데이터를 나눠 쓴다는 의미보다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또 하나의 자유이용권 격의 USIM이라는 인식이 이용자에게도, 통신사에게도 있었습니다.
반면 LTE 데이터 셰어링은 가입자에게 본래 주어진 데이터 이용량을 나눠 쓰는 일종의 부가 요금제입니다. 6만2천원 요금제에 6GB의 데이터가 주어졌다면 이를 여러 단말기에 나눠 쓰는 겁니다. 3개 단말기를 쓰고 있다면 각각의 기기를 모두 합쳐 6GB 안에서 나누면 됩니다. 어디서건 이걸 넘으면 추가 요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빠른 속도를 앞세워 펑펑 나눠 쓰는 것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습니다. 게다가 일반 요금제처럼 약정까지 더해집니다.
데이터 셰어링 요금제는 필요에 따라 스마트폰보다 화면이 큰 태블릿에서 더 인터넷을 많이 쓴다면 저렴하게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제 경우처럼 데이터 전용으로 쓸 또 다른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도 있습니다. 극소수의 수요라고 하지만 정해진 데이터 이용량을 계약한 상황에서 인터넷을 어떤 단말기에 어떻게 물려서 쓸 지는 소비자에게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스마트폰에 데이터 전용 USIM을 꽂으면 저절로 데이터 전용 기기가 됩니다. 전화 기능이 있는 갤럭시노트10.1도 데이터 셰어링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스마트폰은 가장 큰 게 5.5인치, 태블릿은 7인치까지 내려왔는데 6인치, 6.5인치 기기에 전화 기능이 들어간 제품들은 그럼 어떻게 분류해야 할까요?
인터넷 기반으로 작동하는 여러 기기들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나왔다는 게 LTE 데이터 셰어링입니다. 내가 쓸 수 있도록 약속한 데이터를 나누어 쓰는데 기기를 가린다는 것은 이해가 어렵습니다. 결과적으로 새 데이터 셰어링 요금제는 IP기반의 서비스로 전환하겠다는 통신사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 외에는 조심스럽고 제약이 많은 서비스라는 인식을 받았습니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그 안에서도 1600만명의 LTE 이용자 중 데이터 셰어링 요금제를 쓸 이용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왕 데이터를 다양한 기기에 나눠쓸 수 있게 하겠다며 내놓은 요금제라면 좀 더 다양한 플랫폼과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고려해 통신과 기기들을 여러 가지 용도로 쓸 수 있도록 해 줘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요금제 설명에 ‘스마트폰은 제외’라고 써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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