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jrigjwwe9r0UNIMO_MULTIBOARD:Brd_Contents 지난 1월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 NTT도코모가 최신 스마트폰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도코모의 최고경영자(CEO)는 가장 추천하는 스마트폰으로 소니 엑스페리아 Z를 꼽았다.
소니가 간절히 필요로 하는 힘을 실어주는 소식이었다. 2월9일 일본에서 출시된 엑스페리아 Z는 지난해 에릭슨과 결별한 소니가 처음으로 자체개발한 스마트폰이다.
소니는 엑스페리아 Z 개발에 다양한 제품부서에서 끌어온 팀을 투입했다. 디지털카메라 개선에는 사이버샷 카메라팀이, 동영상 공정엔진에는 브라비아 TV팀이, 외관 디자인에는 산업디자인팀이 참여했다.
모바일기술 조사업체 CCS인사이트의 숀 콜린스 CEO는 “소니가 스마트폰의 중요성을 깨달은 지금, 소니 사업분야에서 스마트폰이 핵심적인 위치를 계속 차지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소니의 장기전략은 애플과 삼성전자가 양분하고 있는 스마트폰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면서 스마트폰 사업부문을 흑자로 전환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디지털카메라와 MP3플레이어, 휴대용게임기 등 중점 사업부문을 잠식하고 있는 지금, 스마트폰시장 공략은 자사 사업부문 보호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스즈키 쿠니마사 소니 모바일사장은 “스마트폰시장처럼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소비가전 부문은 거의 없다”면서 “그렇기에 스마트폰시장에서의 성공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엑스페리아 Z는 히라이 가즈오 CEO의 ‘보다 단결된 소니’라는 비전을 상징한다. 전임자인 하워드 스트링어 회장 역시 개별 사업부문이 자체 실적에만 연연할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소니 내부관계자는 “애플은 각 제품범주별 손익계산서를 발표하지 않고 기업 전체의 손익계산서만 발표한다”며 “우리에게도 이러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현재까지 엑스페리아 Z는 순조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호의적인 제품평을 확보했으며 매출도 활발하다. 2월20일 프랑스, 지난 1일 영국에서 출시된 엑스페리아 Z의 국내 매출 및 유럽 선주문이 예상치를 뛰어넘었다고 전한 소니는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소니 에릭슨 스마트폰이 약세를 보여온 미국시장에서의 출시일정은 발표되지 않은 상태이다.
애플 아이폰 및 삼성 갤럭시 S와 고가시장(무약정시 500~600달러)에서 경쟁하는 엑스페리아 Z는 5인치 화면과 애플 및 삼성 스마트폰보다 해상도가 높은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으며, 방수와 방진기능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삼성이 이달중 갤럭시 S 최신형을 발표하고 애플이 올해중 신형 아이폰을 내놓을 예정이기에 엑스페리아 Z의 하드웨어 우위는 오래 가지 못할 전망이다.
2012년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니는 4.5%의 점유율로 삼성과 애플, 화웨이를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현재 애플과 삼성의 글로벌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이 합쳐서 50%를 넘는 가운데, 리서치인모션(RIM)과 노키아, HTC와 화웨이, LG전자와 ZTE가 3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사다난한 지난 10년을 보낸 소니는 2012년 에릭슨과 결별하기 위해 에릭슨 측 지분을 사들이는 데 10억5,000만 유로를 쓰면서 상당한 출혈을 겪었다.
휴대폰 주기능이 통화 및 문자이던 시대에 출범한 소니 에릭슨은 소니의 하드웨어 노하우와 에릭슨의 통신 노하우 결합을 목표로 했으나, 휴대폰기능이 다양화되면서 게임과 카메라 등 전자제품 기술이 중요해짐에 따라 애초에 의도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소니 전자제품 사업부문의 지원 없이는 소니 에릭슨이 계속 고전할 전망이었으나, 소니 임원진은 에릭슨과 이익을 50% 나누는 상황에서 자사 전자제품 기술과 브랜드를 소니 에릭슨에 넘기는 데 거부감을 보였다.
이에 따라 양사의 관계가 복잡해지는 한편 신제품 출시가 지연됐다. 소니 에릭슨 제품개발팀이 소니 기술이나 브랜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양사 임원으로 구성돼 3개월에 한번 열리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소니 에릭슨에서 6년을 보낸 후 엑스페리아 Z 개발을 주관한 타지마 카즈 소니 모바일부사장은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답답했지만 이제는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히라이 CEO는 제품부서 간 벽을 허물고 각 사업부문이 스마트폰 매출을 함께 고려할 수 있도록 핵심성과지표 개선을 촉구했다. 소니 에릭슨 시절만 해도 소니측 최고 인재들이 스마트폰 개발에 투입되는 일이 거의 없었으나, 이제는 각 부서기 스마트폰 프로젝트에 인재를 빌려주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임원진은 전했다.
부서간 협력은 소니의 절박한 현실을 시사하기도 한다. 소니는 지난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총 8,560억 엔의 손실을 봤다. 3월31일 마감하는 이번 재무연도에는 흑자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한편 기존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올 재무연도에 소니 비디오캠코더 사업부문 매출은 9%, 디지털 카메라는 29%, TV는 31% 감소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스마트폰 매출은 5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4월 시작되는 재무연도에 스마트폰 사업부문 흑자전환이라는 목표를 내세운 소니는 다른 사업부문과 핵심부품을 공동조달하는 방식을 통해 수익률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칩프로세서와 LCD 등 핵심부품이 부족할 때 소니의 기업규모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스마트폰 사업부문은 이동통신사가 아니라 판매점이 휴대폰을 판매하는 인도와 브라질 등 국가에서 소니의 기존 판매망을 활용할 예정이다.
소니가 스마트폰시장에서의 입지확대에 낙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애플과 삼성의 영향력이 너무 커지는 것을 우려하는 이동통신사들이 다른 제조사들에 손짓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일본에서 아이폰을 판매하지 않는 유일한 이동통신사인 도코모는 엑스페리아 Z를 아이폰 대항마로 적극지원하고 있다.
가토 카오루 도코모 CEO는 엑스페리아 Z를 치켜 들면서 “신세계가 열린 것 같은 기분이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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