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 어느 진보 지식인의 삶과 가치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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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작가 : 조국 출판 : 다산북스 발매 : 2014.06.15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나는 그를 트위터에서 만났다. 그리고 그의 언어에서 진정성을 느꼈다. 누군가는 그를 폴리페서(Polifessor)라고 말한다. 학생이나 제대로 가르치지 ＇정치판＇을 왜 기웃거리는지 모르겠다고 비아냥거린다. 물론 그와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소리다. 소위 보수진영에서 말이다. 그의 이름은 ＇조국＇이다. 어쩌면 그 낯설지 않은 이름으로 인해 세인들은 더욱 관심을 갖는지 모르겠다. 그를 따라 다니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서울대 교수, 버클리 박사, 그리고... 강남좌파. 그가 이 번엔 책을 썼다. 과거에도 〈진보집권플랜〉이란 책으로 독자들을 만났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느낌을 가진 책으로 우리에게 다가 왔다.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그의 삶에 대한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녹아져 나오는 이 책은 나에게 울림을 주었다. 생각은 언어를 통해 표현되고, 행동으로 실행에 옮겨진다. 어떤 대상에게 진정성을 느꼈다고 이야기할 때 나는 개인적으로 그 판단기준을 언행일치 여부에 둔다. 입술을 통해 나오는 아무리 화려한 수사도, 행동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안개처럼 허황되다. 조국교수는 그런 면에서 진솔하고 바른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살아온 삶의 동선이 그를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가 고백하는 그의 삶은 세속적 기준에서 다분히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패를 모르는 인생이라고 해야 할까? 저자는 6세 때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2살 나이가 많은 동급생들 보다 우수한 학업역량을 발휘하고, 서울대에 진학하여 법학을 전공한다. 그리고 유학생활을 거쳐 서울대 법학교수의 자리에 까지 오른다. 소위 그가 가지고 있는 배경과 스펙을 보면,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혀 기득권이 주는 혜택을 향유하며 살아갈 수 있었을 터인데, 그는 다른 길을 선택한다. 노동운동에 참여하고, 사노맹(남한 사회주의 노동자 연맹) 사건으로 비록 짧긴 하지만 5개월이라는 기간동안 구치소에 수감되기고 한 그의 인생은 일반인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린다. 그래서 더욱 차별성 있는 그의 삶이 대중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조국 교수의 50년 삶의 흔적들이 오롯이 담겨져 있다. 아울러 일반 대중도 공감하는 남루한 정치 현실, 우리생활 구석구석에 깔려 있는 부조리함에 대해 거침없이 일갈한다. 이 시대 청년들을 향한 인생의 조언도 함께 새겨들을 만 하다. 책은 크게 4개의 주제를 담고 있다.호모 아카데미쿠스(공부하는 인간),호모 레지스탕스(저항하는 인간),호모 쥬리디쿠스(정의로운 인간),호모 엠파티쿠스(공감하는 인간) 등 각 주제에 저자의 인생살이 경험과 생각, 가치관을 녹여 냈다. 호모 아카데미쿠스 편에서 자신의 학창시절을 회고하며, 비록 그는 최고 학벌을 갖고 있지만, 우리사회 학벌의 폐해와 폭력성에 대해 고발한다. ＇강남스타일＇을 히트시켜 세계적 가수로 성장한 가수 ＇싸이＇ 도 모범생이나 우등생은 아니였다는 것을 강조하며, 가정에 침투해 있는 학력 지상주의의 문제점을 짚어 낸다. 획일교육에 매몰된 한국 교육의 문제는 물론 어제 오늘의 상황은 아니지만 갈수록 문제의 심각성은 커져만 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때면,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머리가 아찔해진다. 세계 여러 국가를 둘러보아도 우리 나라처럼 극심하게 사교육에 함몰된 나라를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며, 그 폐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저항하는 인간 호모 레지스탕스 편에서는 88만원 세대에 대한 탄식, 남양유업 사태와 같은 비상식적인 갑을 관계 논란 등 우리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보여 준다. 하지만 아픔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겁내고, 기죽고, 두려워 하여 포기하지 말고, 저항하라고, 싸우라고 조언한다. 호모 쥬리디쿠스에서는 법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정의의 편에 서야 할 법이 자유를 옥죄고, 지배계급의 도구로 전략하는 현실을 언급하며 법의 정신은 힘이 강하고 약하든, 돈이 많건 적던 간에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명제가 증명되는 사회이기를 기대한다는 저자는 법학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기실 일반 대중들이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법은 결코 평등과는 거리가 멀다. 법치를 강조하지만 그 대상은 사회적 약자 이거나 정치적 비판자가 되기 일쑤다. 그래서 저자는 법이라는 제도와 장치 보다 정의의 중요성을 헨리 데이빗 소로의 말을 인용하여 피력했다. ＂우리는 먼저 인간 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신민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법에 대한 존경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을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_160쪽 우리 사회에 정의가 살아 있지 않기에 아무리 좋은 법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약자와 정의를 부르짖는 비판자들을 탄압하는 도구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워 질 수 밖에 없다. 마지막 공감하는 인간 호모 엠파티쿠스 편에서는 현대 사회는 이성보다는 감성의 힘이 작용함을 언급하며, 공감을 강조한다. 그는 연구실에 걸려 있는 신영복 선생의 글 ＇가장 먼 여행 머리에서 가슴까지, 그리고 가슴에서 발까지＇ 을 통해 가슴에서 느끼는 울림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깨닫는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이성과 감성이 충돌할 때 과감히 가슴의 소리에 따라 행동하라고 조언한다. 결국 뜨거운 사람이 되라는 말인데 시인 안도현의 시 ＇연탄재＇의 구절에 나오는 말이 눈에 들어 온다.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저자는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샤르트르(1905~1980)로부터 자기 안에 있는 모순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는 것,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지식인의 역할이라는 것과, 지식인이란 자기 내부와 사회 속에서 구체적 진실에 대한 탐구와 지배자의 이데올로기 사이에 대립이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는 사람이라고 배웠다고 한다. 아울러 지식인의 역할은 모든 사람을 위해 자기모순을 살아가는 것이며, 모든 사람을 위해 근본주의적 태도로써 그 모순을 초극하는 것이라는 샤르트르의 가르침을 겸손하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지식인은 識者로서의 삶을 살아가는데 지불해야할 대가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이라면 마땅히 용기있게 받아 들여야 한다. 모든 사람을 위해 통치자를 대상으로 반대 목소리를 강하게 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해관계와 개인적 안위를 위해 침묵하며, 정권에 기생하는 가짜 지식인들이 이 땅에 더 이상 존재하길 바란다면 과욕일까? 상아탑에서 후학을 제대로 양성하는 교수로서의 모습, 사회 변혁을 위해 사심없이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지식인으로서의 변함없는 저자 조국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 조국 / P247 / ＇14.7.7 by East-hi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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