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종환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 한 시인의 삶을 만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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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작가 도종환 출판 한겨레출판사 발매 2011.10.31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어둠의 긴 터널을 지나온 한 사람의 일생이 담긴 이야기를 접했다. ＇담쟁이＇ ＇접시꽃 당신＇으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는 도종환 시인의 삶은 그렇게 긴 어둠의 터널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 하다. 하지만 그 어둠의 터널이 끝없이 계속되진 않는다. 영원한 어둠이라면 절망스럽지 않겠는가? 어둠 가운데서도 한 줄기 빛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부여잡고 살아온 그의 인생은 가난과 싸우고, 독재와 싸우고, 참교육을 위해 싸운 파란 만장한 인생이다. 그리고 그를 버티게 했던 것은 시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는 도종환 시인의 삶과 시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그는 지금 현역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과거 젊은 시절은 지독한 가난 앞에서 수 없이 좌절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어쩌면 그의 가난이 시인의 감수성을 갖게한 자양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시인이지만 사회의 첫 걸음은 교사로서의 삶이었다. 하지만 그 교사의 삶도 순탄치 만은 않았다. 그 시대 문학을 했던 많은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들을 도종환 시인도 겪어야 했다. 감시와 핍박이 함께 했던 교사로서의 삶은 힘겹고 고독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스스로 유배라고 표현할 정도로 이리저리 학교를 옮겨 다니며, 감시에 익숙해져야 했다고 전한다. 그는 전교조 결성으로 인해 해직교사가 됐고 옥살이도 했다. 시도 마음대로 쓸 수 없었던 감옥에서 교도관 몰래 비누 포장지나 화장지에 시를 써서 감춰 두었다는 그의 고백을 통해 저자의 시에 대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 감옥에서 쓴 시는 출소 후 대중과 만나기도 했다. 독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그의 대표 시집 〈접시꽃 당신〉은 역설적이게도 그가 가장 사랑했던 아내를 잃음으로 인해 빛나게 된다. 아내를 간병하며 쓴 시들은 시인의 마음이 애절하게 녹아져 있고, 독자의 마음도 함께 울린다. 아내는 네살 된 딸과, 세살된 아들, 사랑하는 남편을 남겨 둔 채 암으로 세상을 뒤로 한다. 그의 삶을 읽어 가다 보면 참 이렇게 힘든 삶도 있는가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그렇게 어려운 시절 가운데 시를 쓰며, 자신이 생각하는 삶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걸어온 그의 인생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이제 그는 재혼해서 정치인의 삶을 살고 있다. 〈접시 꽃 당신〉의 애틋한 사랑을 기억하는 많은 독자들로부터 재혼한 그를 향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덤덤하다. 그 비난 고스란히 받겠다고... 다만,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아내가 너무 힘들어 한다며 안타까워 했다. 자신으로 인해 받는 부당한 비난이 부담스러웠을 게다. 삶이란 가변적이다. 처음 아내를 잃었을 당시의 감성으로 온전히 〈접시꽃 당신〉을 지었을 것이다. 그 때 그 시는 순전한 시인의 마음이었지 않았나..., 앞으로 그의 삶이 어떨지 잘 모르겠다. 힘들었던 과거를 뒤로 하고 이제는 보다 나은 세상,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힘을 보탰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의 시 중 ＇담쟁이＇는 힘들 때 나에게 힘을 준다. 〈담쟁이〉 저 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굴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우리는 언제든지 그 모든 것으로부터 한순간에 내팽개쳐질 수 있고, 단절될 수 있으며, 그 모든 것을 두고 떠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내 인생을 내 것이라고 믿는 것은 오만한 행동입니다. 내 명성, 내 자산, 내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내 것이 아닙니다. 그 것들을 무한정 쓸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언제든지 주신 분이 가져가겠다고 하면 돌려 드려야 하는 것입니다. _316쪽 ;)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 도종환 / P354 / ＇14.9.1 출저/by East-hi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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