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석 〈인간이 그리는 무늬〉 - 삶의 주인으로 사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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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그리는 무늬 작가 : 최진석 출판 : 소나무 발매 : 2013.05.06 〈인간이 그리는 무늬〉 간만에 제대로 된 인문학 책을 만났다. 저자를 보니 낯이 익다. 최진석, 철학교수로 인문학관련 TV 프로그램에서 봤던 분이다. 최근 인문학이 뜨다 보니 인문학 분야에서 나름 지명도 있는 교수들이 매체를 통해 대중과 만나는 일이 잦아 진다. 오래 전부터 인문학은 배고픈 학문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자본과 함께 공생하는 법을 배워서 인지, 인문학과 밥의 괴리는 상당히 좁혀졌다. 인문학열풍은 독서와 글쓰기 강좌의 인기로까지 확산되고 있으니 인문학을 하고자 하는 동기의 순수성을 떠나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가 〈인간이 그리는 무늬〉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인가? 저자는 인문학적 견지에서 삶에 대한 시각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있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다＇ 라는 대단히 명징한 메세지를 던진다.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유의지가 선행되어야 된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공부에 지친 학생들에서부터 밥벌이를 위해 애쓰고 있는 성인에 이르기까지 자기 의지보다는 부모와 사회가 만들어 놓은 규정과 틀에 매여 살아가고 있다. 소위 진정한 자유를 망각하거나 아니면 자유의 개념이 없는 것이다. 아이들은 주도적이 되기 보다는 부모의 강압에 의해 살아지고 있고, 어른들은 밥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이 원하는 삶 보다는 타인이 지배하는 방식에 종속되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문학은 우리가 아닌 나, 이념이나 사명이 아닌 개인의 욕망에 천착한다. 하여 철저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자기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 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가 학생들을 면접하면서 경험했던 에피소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면접하러 온 학생들에게 왜 철학을 공부 하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국가발전이나 사회 변화와 같이 무겁고 큰 내용으로 답한다고 한다. 철학이 좋아서요, 장자처럼 살고 싶어서요, 〈도덕경〉을 읽을 때가 제일 행복해서요 등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답변은 가뭄에 콩 나듯 한다고 한다. 이념과 사명이라는 국가주의에 포획된 인간의 모습이 면접 답변에서도 그대로 투영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띄고 이 땅에 태어난 적이 없다. 그냥 하나의 ＇인간＇으로 태어났지 어떤 이념을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념과 사명의 노예가 되어 자기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망각하며 사는 것이다. 혹은 알고 있지만, 그 것을 드러내면 자신이 생각없는 사람이라 평가 받지 않을까라는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여간 나는 사라지고, 우리만 남는 이 현실은 인문의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자본권력과 국가주의가 만들어 놓은 틀 속에서 인문학이 추구하는 진정한 자유인으로 내가 주인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저자는 인문의 본령을 회복하고 진정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이념으로 현실을 지배하지 말고, 옳다고 해서 바로 행동하지 않고 조금 더 기다려 보고, ＇해야 할 무엇＇ 보다 ＇하고 싶은 무엇＇을 찾는데 더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아는 것에 제한 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근거로 모른 것으로 넘어가며, 이성으로 욕망을 관리하지 않고 오히려 이성을 욕망의 지배아래 두라고 역설한다. 또한 어느 한편을 선택하지 말고 경계에 서서 불안을 감당하고, 모호함을 명료함으로 바꾸기 보다는 모호함 자체를 품어 버리는 자가 되라고 강조한다. 우리의 변화, 사회의 변화, 국가라는 집단의 변화는 개인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자신이 먼저 혁명되지 않고 그 어떤 혁명도 불가능함을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함석헌 선생의 말씀을 언급하며 자기 혁명이 먼저 선행되어야 함을 설명한다. ＂자기의 도덕을 지킨 사람이 우리의 도덕을 비로소 지킬 수 있다. 자기의 정의를 지키는 사람만이 비로소 우리의 정의를 지킬 수 있다.＂_251쪽 오롯이 인문학이 추구하는 자유인, 자기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부대껴야 하고, 아파야 한다는데 그 것을 참아야 하는 정신의 근육을 단련시켜야 하지 않을까?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볼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하고, 기존의 고정관념과 프레임을 깨는 용기도 필요하다. 철학은 경이로부터 나온다고 한다. 소위 ＇안전빵＇을 추구하는 삶 속에서 경이로운 사건은 나올 수 없으며 흘러가는 대로, 끌려가는 대로 사는 외부에 힘에 포획되어 살아가는 삶 속에서 어떤 희망도 기대할 순 없을 것이다. 하여 사람들은 인문으로의 길로 다시 들어서기 위해, 끝없이 읽고, 쓰고,사유하고, 공부하고, 질문해야 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다. 그러한 시도와 노력이 없는 인생은 그냥 사그라질 것이다. 안개처럼 말이다. 여러분은 지금가지 바람직한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아니면 바라는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다까? 여러분은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여러분은 좋은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아니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 책 표제 글에서 - ≪유니모태〈인간이 그리는 무늬〉 / 최진석 / ＇14.11 출처 : by 이스트힐그:파일위치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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