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훈 〈라면을 끓이며〉 - 인간 삶의 새로운 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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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밥 문제로부터 자유 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인간은 누구나 먹고 사는 문제에 관한 한 치열하다. 김훈 작가는 <라면을 끓이며>에서 먹고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응시하며,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인간내면과 사물의 현상을 해부하는 김훈작가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문체가 돋보인다. 서두에서 그는 ‘라면’이라는 보편화된 ‘서민 음식’에서 자신이 살아온 삶의 철학을 녹여낸다. 라면이 가지는 서민적 분위기만으로도 그가 살아온 인생 동선이 어떠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게다가 간간히 소개되는 부친에 대한 이야기, 특히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정신적 유업을 통해 체제에 항거하는 지식인의 고뇌도 함께 엿볼 수 있다. 이 책 <라면을 끓이며>는 총 5개의 주제어를 가지고 작가의 인생 철학을 이야기 한다. 밥, 돈, 몸, 길, 글 이렇게 5개의 친숙한 주제를 통해 독자와 소통한다. 인생의 문제는 대부분 밥 문제에서 시작된다. 쉽지 않은 주제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죽을 때까지 밥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밥벌이의 고달픔이라는 표현을 통해, 밥 문제가 인간을 어떻게 억압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돈 문제도 근본적으로는 밥문제와 같은 맥락에 있다고 전한다. 물론 돈의 문제는 조금 더 범위가 넓다. 욕망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돈 문제를 건드리며 벌써 1년을 훌쩍 넘은 세월호 사건을 상기 시킨다. 세월호 사건을 돈을 쫓는 정치권력과 행정권력의 연합이 만들어 낸 참사라고 규정짓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공전하고 있는 세월호 사건에 대한 참담함을 토로한다. 필요 악이라는 돈이 필요 보다는 악의 얼굴을 했을 때 얼마나 폭력적인지 잘 설명해 준다. 몸에 대해서는 몸의 기능적 측면 뿐만 아니라 몸의 사회성도 함께 짚어낸다. 기능적 여성이 아닌 사회 속에서 설명이 가능한 여성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다. 아줌마이면서 아줌마라고 불리는 것을 혐오하는 여성의 태도, 성을 상품화 하는 미인대회와, 이를 거부하는 안티 미스 코리아 페스티발을 주도하는 페미니스트들의 저항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씁쓸함이 찾아 온다. 우리 몸에 일부분인 손에서 도구를 사용해온 인류의 역사를 읽어내며, 손에 의해 창조되는 수 없이 다양한 창조작업을 통해 삶을 표현해 낸다. 길을 통해서는 시간의 변화 흔적을 찾아간다. 지금은 없어진 길을 통해 과거의 향수를 길어내고, 고향의 모습을 그린다.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더라도 길의 정체성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해준다. 마지막 글에서는 저자가 신문기자 시절 정치범 김지하 백기완의 출옥 당시 古 박경리와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따뜻했던 박경리 작가를 추억해 낸다.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에서 만나볼 수 있는 그만의 간명하고 개성 있는 문체로 펼쳐낸 인간냄새 가득한 에세이는 이 번에도 결코 실망시키지 않았다. 덤덤하게 풀어낸 그의 삶의 철학이 긴 여운을 남긴다.
<김훈> / 라면을 끓이며 / '15.1 / EAST-HILL [출처] 김훈 <라면을 끓이며> - 인간 삶의 새로운 해부|작성자 이스트힐 노아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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