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 100시간 더 일하는 게임업계…＂9개월간 단 하루도 못쉬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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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완성도 높이기 위해 집중적인 근무 필요하지만, 문제는 `크런치 모드` 상시화 게임출시 후엔 상황 더 악화…대체 근무자 없이 업무 계속, 사실상 24시간 근무하는 셈모바일게임 위주 재편 영향, 게임수명 짧고 수시로 신작…외국계 옮기려는 인력 속출 ◆게임업계 '죽음의 크런치 모드' (上) ◆  서울 강남에 사옥까지 갖고 있는 D게임회사는 최근까지 의무였던 토·일요일 8시간 근무를 선택사항으로 돌렸다. 최근 게임업계 근로 관행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은 회사의 이 같은 결정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 직원 P씨는 "지금 개발 중인 게임이 히트할 경우 개발자들의 주말 출근 실적을 감안해 성과급을 주겠다고 한다"면서 "회사가 사실상 주말에도 일을 하는지 체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D사에는 개발자 1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3~4명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주말 근무를 하고 있다. 또 다른 직원 K씨는 "이전하고 달라진 게 전혀 없다"고 털어놓았다. 게임업계 '열정페이' 관행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넷마블게임즈 직원 돌연사 등을 계기로 게임업계 근로자에 대한 과도한 근무시간 강요 문제가 사회적 논란으로 떠올랐다. 업계 종사자들은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일정 정도 집중적으로 근무할 필요성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문제는 무리한 근무 형태가 상시화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문제는 게임업계의 '크런치 모드'다. 크런치 모드는 게임 출시 직전 공휴일·주말을 가리지 않고 단기간 집중적으로 근로하는 기간을 뜻한다. 하지만 '단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업체에 따라 수개월간 크런치 모드를 길게 가져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논란이 된 위메이드아이오 경우를 보자. 이 회사 크런치 모드 원안에 따르면 사원들은 평일 근무시간이 오전 10시에서 오후 9시까지로 확대된다. 추석, 어린이날 등을 제외하고 토·일요일 같은 공휴일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근무해야 한다. 식사 시간은 30분으로 제한했다. 추가 근무 시간은 별도 수당이 지급되지만 게임 출시가 지연되면 반납해야 한다. N사 개발자는 "최장 9개월까지 크런치 모드를 경험했다"며 "계절이 세 번 바뀌는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출근했다"고 말했다. 수개월간의 크런치 모드 종료 후에 일상 근무 형태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출시 후 상황은 더욱 악화되기 일쑤다. 최근 크런치 모드를 끝내고 신규 게임을 론칭했다는 한 업체 관계자는 "출시 이후 새벽 3시가 넘어 퇴근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사실상 24시간 비상대기 체제"라고 말했다. 제조업이나 다른 서비스업과 달리 게임은 24시간 서비스한다. 론칭 후 발견되는 버그에 즉각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계 대기업들에는 대체 근무자가 있지만 국내 게임사들은 한 업무를 1명이 맡는 게 일반적이라 교대 근무가 불가능하다. 크런치 모드가 일상화하면서 게임업체 장시간 근로는 다른 업종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수준이다. 최근 위메이드아이오가 크런치 모드를 걸면서 직원들에게 요구한 근무 시간은 주당 65.5시간가량이다. 일각에서는 "65.5시간은 법적으로 허용되는 최대 68시간보다 적은데 뭐가 문제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노동계 관계자는 "68시간은 주중 연장 근로와 휴일 근로를 모두 합해 이론적으로 일할 수 있는 최장 근로 시간을 말하는 것"이라며 "실제 68시간에 육박해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주당 65.5시간 근무하면 월 근로시간은 약 262시간이 된다. 이는 전체 근로자 월평균 근로시간인 166.2시간보다 무려 100시간이나 많다.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지난 1월 5인 이상 사업체 전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근로시간은 166.2시간이었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이 169.3시간이었고, 300인 이상 대기업은 166.6시간이었다. 게임개발자에 대한 포괄임금제 적용도 문제로 지적된다. 통상적으로 임금 산정 방식은 사용자가 근로자 기본임금을 정하고 이에 연장 근로 수당·야간 근로 수당·휴일 근로 수당 등 시간외근로 수당을 합산해 지급한다. 이에 반해 포괄임금제는 연장 및 야간 근로 등 시간외근로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 지급하는 방식이다. 개발자에게 포괄임금을 적용해 야근과 휴일에 근무하는 걸 미리 임금에 반영한 후 연장 근로 수당 등을 마치 성과급이나 시혜를 베풀듯이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업계 크런치 모드 상시화 배경에는 게임시장이 온라인 게임 위주에서 모바일 게임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데 큰 영향을 받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온라인 게임과 달리 모바일 게임은 출시 후 인기가 지속되는 기간이 짧고 수시로 신작이 쏟아져 나온다"며 "개발사로서는 출시와 동시에 새로운 게임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크런치 모드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진입 장벽이 낮은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최근 중국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국내 업체들에 장시간 근로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업체들이 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단기간 게임을 만들어내는 만큼 이와 경쟁해야 하는 국내 업체들로서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추가 인력을 채용하기보다 기존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성과를 내는 방향을 선호하고 있다는 얘기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 흥행 여부는 회사 존폐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출시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영화는 개봉이 미뤄져도 흥행에 크게 영향받지 않을 수 있지만 게임은 출시가 한 달만 늦어져도 유행이 지나버린 '구사양 게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계 회사로 이직하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외국계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업계 관계자들만 가입할 수 있는 익명 커뮤니티를 보면 외국 게임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글이 넘쳐난다"며 "출퇴근이나 휴무를 미국 본사 기준에 따르다 보니 관심을 많이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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