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경제에서 대부분 재화나 용역은 돈으로 거래된다. 놀이동산에서 줄을 서지 않고 빨리 탈수 있는 권리도 살 수 있고, 인터뷰 권리도 돈으로 살 수 있다. 심지어 유명인과 식사할 권리도 살수 있다. 매년 워런 버핏과의 식사권은 수십억 원에 거래된다. 어디 그뿐인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 감독 퍼거슨 경이 씹었던 껌도 경매시장에서 거래됐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아 보인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잘 알려진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샌달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What money can’t buy)에서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어두운 면을 평등과 도덕적 시각에서 독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돈이면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것이 과연 옳은가? 독서의 대가로 아이들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은 맞는가? 특정 수업을 듣기 위해 수업권을 경매에 부치는 행위는 어떤가? 대학교 내 스포츠 경기장에 Sky Box 석을 만들어 관람권을 파는 것은 옳은 일인가? 적어도 학교 내에서는 부자와 빈자가 옆자리에 앉아 함께 미식축구를 관람하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는가? 저자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많은 재화와 용역이 인간의 평등을 해치거나 윤리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소유의 차이가 인간의 차이를 결정 지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아프게도 자본주의 사회 현실에서는 존재가 아닌 소유에 의해 인간의 가치가 결정된다. 기회의 평등이 있다고 하지만 돈이 없어 기회마저 잡을 수 없는 현실은 엄연히 존재한다.
저자는 인간이 중심이 돼야 하는 세계에서 시장이 인간을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했다. 자본주의에 가장 우선되는 가치는 자본이다. 거래된다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겉으로 보기에 거래의 대상으로 보이지 않는 수많은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고 있는 것은 자본의 속성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자본의 속성이 인간의 편의와 욕망과 결합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체의 건강성에 타격을 입힌다면 자본과 시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경계를 허물 때가 있다면 경계를 넘지 말아야 할 때도 있다. 시장은 대단히 합리적이지만 탐욕적이고 영민하다. 정부의 시장 개입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저자는 시장의 무한한 확장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시장 참여자의 윤리와 도덕을 촉구했다. 이 역시 쉽지 않지만 법과 제도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원서를 읽다 보니 번역서 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서평을 쓰면서 노회찬 의원의 자살 소식을 접했다. 너무도 슬퍼 서평을 마무리할 수 없었다. 좀 더 고민하며 글을 쓰고 싶었지만 마음이 가지 않았다.
<In the book>
Democarcy does not require perfect equality, but it does require that citizens share in a common life. What matters is that people of different backgrounds and social positions encounter one another, and bump up against one another, in the course of every day life.
For this is how we learn to negotiate and abide our differences, and how we come to care for the common good.
And so, in the end, the question of markets is really a question about how we want to live tegether. Do we want a society where everthing is up for sale? Or are there certain moral and civic goods that markets do not honor and money cannot bu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