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블로그 이웃으로 알고 지낸 빛살무늬님이 <책 사랑꾼 이색 서점에서 무얼 보았나?>라는 책을 출간했다. 2011년 독서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저자는 아마도 책 출간을 꿈꿔왔는지도 모르겠다. 1년 동안 365권의 책을 읽고 365개의 서평을 쓰는 프로젝트를 성공한 저자를 보며 분명 일(?)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1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기는 일이 어디 쉬었겠는가? 아무리 독서광이라 해도 1년을 꾸준히 흔들림 없이 독서와 서평을 쓰는 일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일 게다. 저자가 책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서평에 댓글을 단 나로서도 저자의 끈기와 노력으로 이룬 성과를 축하했던 기억이 생생한다. 저자가 책에서도 밝혔지만 그녀는 단순 독서광이 아니다. 독서뿐만 아니라 관심분야는 반드시 체계적으로 학습해 원하는 수준만큼 이뤄야 직성이 풀리는 열정가다. 그런 저자의 책 출간은 꿈과 땀이 만들어진 성과임에 틀림없다.
<책 사랑꾼 이색 서점에서 무얼 보았나?>는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책과 사랑에 빠진 저자가 한국과 일본의 특색 있는 서점을 방문하며 느낀 소감을 기술한 서점 탐방기다. 대형 서점의 확대와 독서 인구 감소로 설자리가 없는 동네 책방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이때에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동네 서점으로서 새롭게 포지셔닝 하는 것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상업적 관점에서 본다면 자본의 힘으로 확대되고 있는 대형 서점의 틈바구니에서 동네 서점의 살길은 철저한 차별화를 통한 틈새시장 공략이다. 문화적 관점에서 본다면 그런 특색 있는 동네 서점이 생겨나 새로운 서점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은 유의미하다.
과거에 서점이 책만 파는 곳이었다면 요즘은 책뿐만 아니라 책과 관련된 소품을 판매하고, 차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하는 문화 공간으로서 기능도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교보,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등 자본을 무기로 한 대형 서점들이 주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대형 서점뿐만 아니라, 제한된 자본을 가진 소규모 동네 책방도 얼마든지 이색적인 아이디어로 독특한 서점 색깔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시골 마을에 개성 있게 단장한 가정식 서점 '숲속작은책방' 술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술 먹는 책방의 '북바이북' 한가지 책만 판다는 일본의 '모리오카 서점' 등 생각지도 않았던 이색 서점들을 보며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새로운 시장과 문화를 창출하는 이색 서점들의 출현은 놀랍고 반갑다.
직장이 홍대 근처라 주변에 출판사도 많고, 대형서점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저자가 소개한 이색 책방이 직장 주변에 3곳이나 되는데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상상마당 인근을 자주 지나다녔음에도 이색 책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은 소형서점에 대한 무관심과 인터넷과 대형서점 위주의 도서 구매 습관 때문이다. 책일 읽는 내내 시간을 내서 가까이에 있는 책사랑꾼이 소개한 이색 서점을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책을 읽고 실제 책에서 소개한 서점을 방문하게 되면 또 다른 느낌이 들 것 같다. 실제 저자가 소개한 이색 서점 중에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충북 괴산에 위치한 '숲속작은책방'이다. 최초의 가정식 서점이라고 하니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사진 속 책방은 자연 속 아름다운 정원과 어우러진 책방으로 여행가에게 쉼을 줄 수 있는 공간일듯 싶다. 한 개 팀에 한해서 숙박도 가능하여 도심을 떠나 자연 속에서 책과 시간을 보내기 원하는 독서가를 위해서는 정말 좋은 장소일 것 같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꿈을 꾸고 살아간다. 이색 서점의 주인장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꿈을 이루기 위해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듯하다. 책방을 운영하는 것이 고상해 보이고 지적 욕망을 채울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상업적 성공만을 위해 책방을 운영하려 한다면 대형 서점에 밀려 제대로 자리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서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업적 접근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새롭게 서점을 운영한다면 기본적으로 책을 사랑해야 하고, 뚜렷한 철학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 맞다. 동네 서점만이 줄 수 있는 차별화된 아이템을 가지고 말이다. 비록 어려운 시장이지만 다양한 색깔을 가진 동네 책방이 더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자와 인연을 맺은 게 벌써 5년 가까이 되었다. 블로그를 통해 만났지만 책이라는 매개가 있었기에 오랜 지인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블로그 이웃으로 서로의 글을 읽고 응원하고 지지했던 소중한 시간들이 쌓였다. 그리고 이제 블로그 이웃 빛살무늬님은 작가 김건숙으로 새롭게 나타났다. 저자는 나에게 자신의 책을 선물하며 오랜 인연의 시간이 더욱 풍요로워지기를 빈다고 했다. 나도 한마디 해야겠다. 저자를 지지하고 앞으로 있을 또 다른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김 작가님의 건승을 기원한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