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영화는 영화로 봐야한다? - 부러진화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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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러진 화살' 이라는 영화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저조한 개봉관 확보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흥행 1위로 뛰어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 이 영화는 일명 석궁 사건의 진실이라는 사실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다. 석궁 사건은 당사자인 김명호 교수가 1995년 대학별 고사중 수학문제의 오류를 지적한후 교수 재임용에 탈락하면서 비롯된다. 김 교수가 학교를 상대로 재임용 탈락의 부당성을 호소하며 법정싸움을 벌였지만 결국 패소하고 재판을 맡은 판사를 석궁으로 테러를 가해 4년을 선고받게 된다.(현재 김교수는 수형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상태).
이 영화가 주목받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석궁 사건을 담당한 법원(판사)이 피해 당사자가 판사라는 이유로 공정하지 않은 재판을 했다는 내용을 담고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피고는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라는 대사를 던지는데 다분히 풍자적이다. 감독은 정상적인 재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알고 보니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대사는 실제 재판에서 피고가 재판정에서 던진 말이라고 한다. 정지영 감독은 지극히 피고인(교수)의 시각에서 영화를 만들었다. 한 마디로 법원이 정의로운 재판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언론을 통해 접하게된 그의 인터뷰 속에서도 사법부에 대한 깊은 불신이 묻어난다. 영화에는 대표적인 진보적 영화배우라 할 수 있는 문성근이 수꼴 이미지의 판사로, 국민배우 안성기가 피고인으로 분해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의 내용이 사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니 사법부가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래서인지 해당 판사가 재판과 관련하여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재판부 합의 내용들을 일반인에 공개했다. 물론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되었다는 항변이다. 법원이 이렇게까지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해 위법을 감수하고서라도 합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주심판사는 억울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사실을 기반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도 영화적 재미를 증폭시키기 위해 감독은 픽션을 일부 가미한다. 그래야 스토리가 더 자극적으로 무장하게 되고 흥행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허구와 실제의 구성비를 떠나 이 영화는 이미 엄청난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서있다. 진보 독설가로 평가 받고 있는 모 평론가가 영화는 영화로 봐야한다며 픽션을 보고 팩트를 잠식시킨다거나, 픽션과 팩트의 경계를 흐려가며 도덕과 사법의 회의주의를 주장하면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팩트는 정말 팩트인가? 팩트도 전하는 사람의 입장과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 영화가 단순히 석궁테러 사건의 장본인인 김명호교수가 억울한 판결을 받았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인가? 아무리 이슈화 해도 김명호 교수는 이미 옥살이를 마쳤다. 결과를 되돌릴 수도 없다.
영화를 단순히 영화로만 봤다면 도가니라는 영화가 사학재단의 문제점을 이슈화 시키지 않았을 것이며 사학법 개정을 촉발 시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실태에 대한 사회적 이슈화도 없었을 것이다. 영화를 단순히 영화로 볼 것인지 아니면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이슈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계기로 삼을 것인지는 관객이 판단할 문제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 중에 이게 오히려 픽션이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다. Non fiction을 가장한 프로파겐다라고 몰아 부치기도 한다. 감독의 의도에 프로파겐다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분명 의도없이 영화를 만들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픽션이였다면 사법부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을까? 의식있는 사람들은 모든 사물에 대해 깊이 있게 사유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가? 픽션이였다면 그냥 영화로 잊혀졌을 것이다. 이 영화의 실제 판결이 공정하였나 공정하지 않았냐는 판단하고 싶지 않다. 문제의 본질이 아니기 때문인다. 다만 이 영화를 통해 사법부가 한 번 더 고민하고 향후 계속될 재판에서 정의와 공정성을 잃지 않기 위해 자성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양승태 대법원장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국민이 재판 실상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한 영화를 보고 어째서 재판의 전형이라 생각하고 법원에 대해 좋지 못한 감정을 갖는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나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한 점도 본질이 영화가 사실을 왜곡했다가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그 영화에 동조하고 있는 원인에 대한 고민이라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현상은 불편하다. 하지만 본질은 더 불편하다. [출처] [영화] 영화는 영화로 봐야한다? - 부러진화살|작성자 이스트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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