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신주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시와 철학의 만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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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휴가지에서 읽은 두 번째 책이다. 강신주의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은 철학과 시의 만남이다. 좀더 쉽게 이야기 한다면 시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랄까? 시의 내용에 들어있는 함의를 철학과 대비시켜 풀어놓았다고 하면 될 듯 하다.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은 21명의 한국 시인들과 현대 철학자들을 연결하여 소개하고 있다. 네그리와 박노해, 비트켄 슈타인과 기형도, 아렌트와 김남주, 벤야민과 유하, 니체와 황동규, 푸코와 김수영 등 우리가 알만한 철학자와 시인들을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철학을 “삶을 낯 설게 만드는 기술” 이라고 했다. 철학적 사유를 하는 것은 기존에 아는 것, 익숙한 것으로부터 벗어나 삶을 새롭게 조망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마치 예술가가 사물을 바라봄에 있어서 자신이 경험에서 탈피하여 사물을 전혀 새롭게 보는 것과 같은 개념일 것이다. 철학이나 시는 동일한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고 하니…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저자는 시와 철학을 연결하는 작업을 했다. “시인이 물속으로 직접 들어가 온갖 물고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존재라면, 철학자는 그물로 끌어올린 물고기를 다시 확인하고 만져 보는 사람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시는 주관적인 것이고, 철학은 객관적 혹은 보편적인 것이라는 인상이 생겨났는지 모릅니다.”_17면 “시와 철학은 인문학의 양극단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시와 철학은 모두 이성복의 말처럼 ‘진정한 삶을 복원하기 위해’ 친숙한 세계를 낯설게 하는 인문학의 본령에 충실한 것입니다.”_19면 강신주가 풀어낸 시와 철학의 보따리에서 종종 등장하는 것이 타자와의 관계이다. 시나 철학의 대상이 인간이기에 그럴 수 밖에 없겠지만 어쨌든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논의의 대상이 된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이성복 시인의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라는 시를 통해 나의 고통은 오직 나에게 국한된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만, 우리는 비로서 자신의 한계 너머의 타자와도 관계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이야기한다. 수긍이 가고 고개가 끄덕여 진다. 자신에 대한 자각이 먼저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타자와의 관계를 논할 수 있다는 것은 마치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자가 남도 사랑할 수 없다는 말과 동의어가 아닐까 생각된다. 하여간 타자와의 관계를 이야기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만큼 복잡 다단하기 때문일 것인데, 어쨌든 중요한 것은 자신을 아는 것, 자신을 자각하는 것이 전제 되어야 한다. 사유와 통찰에 대한 시와 철학자도 등장한다. 김남주 시인의 〈어떤 관료〉라는 시에서는 관료를 개에 빗댄다. 관료에게는 주인이 따로 없다. 봉급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다. 개에게 밥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듯 일제 말기에 그는 면서기로 채용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근면했기 때문이다. 미군정 시기에 그는 군주사로 숭진했다. 남달리 매사에 정직했기 때문이다. 〈중략〉 공화당 시절에 그는 서기관이 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공정했기 때문이다. 민정당 시절에 그는 청백리 상을 받았다. 반평생을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봉사했기 때문이다. 나는 확신하는 바이다. 아프리카 어딘가에서 식인종이 쳐들어와서 우리나라를 지배한다 하더라도 한결같이 그는 관리생활을 계속할 것이다. 국가에는 충성을 국민에게는 봉사를 일념으로 삼아 근면하고 정직하게! 성실하고 공정하게! 김남주의 이 시는 관료에 대한 냉소와 비판이 담겨져 있다. 그들을 조롱하고 있는 셈이다. 시를 통해 사유하지 않는 관료를 심히 까고 있는 것, 이 시의 화룡정점은 아프리카 식인종이 통치해도 복종하며 관료생활 할 거라는 내용이다. 전문용어로 ‘노브레인’ 이라고 하던가… 그런 유형의 관료는 도처에 깔려 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태인 학살의 주범인 ‘아이히만’ 도 그에 해당된다. 아이히만의 죄를 철저한 ‘무사유’에서 찾은 것은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철학자 아렌트는 사유란 ‘타자의 입장에서 서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전한다. 반면 무사유란 타자 입자에서 생각 하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 라는 것. 아이히만의 행동의 결과는 너무 참혹하고 가공할 만한 것 이였지만 그는 평범해도 너무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이 무사유가 얼마나 큰 죄악인지 잘 말해주고 있다. 보통사람도 괴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무사유이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최영미 시인의 시와 샤르트르의 사랑에 관한 정의도 흥미롭다. 최영미 시인은 ‘차와 동정’ 이라는 시를 통해 절망 가운데 있는 자신을 드러냈다. 내 마음을 받아 달라고 밑구녁까지 보이며 애원했건만 네 가 준 것은 차와 동정뿐 내 마음은 허겁지겁 미지근한 동정에도 입술을 데었고 너덜너덜 해진 자존심을 붙들고 오늘도 거울 앞에 섰다. 봄이라고 개나리가 피었다 지는 줄도 모르고 최영미 시인은 자신의 욕망과 느낌을 이 시를 통해 거침없이 표현해 냈다. 타자를 사랑하지만 타자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 생기는 비극. 이러한 비극적 사랑을 바로 자유함에서 비롯됨을 샤르트르는 이야기 한다., 인간은 미래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 자유의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고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도 자유라는 성격 때문이라고 하는데, 움직이지 않는 의자가 存在라고 한다면 계속 자신의 본질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정신은 無 라고 설명할 수 있다고 전한다.(샤르트르의 ‘존재와 무’ 에서) 위에서 소개한 김남주와 아렌트, 최영미와 샤르트르 이외에도 많은 시인과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모두가 인생에 대한, 사람에 대한 철학적 통찰을 준다. 철학과 시를 연결하여 철학을 더욱 친숙하게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곳곳에 묻어있다. 시를 통해 시인은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토로하고, 그 시를 읽은 독자는 시인의 마음을 인지하게 된다. 시를 읽으며 독자는 자신의 내면도 함께 들여다 보게 된다. 인간의 내면을 파헤친 시가 철학과 함께 그 정서를 공유하고, 철학적 시 읽기가 즐거움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시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아는 만큼 이해한다는 옛 말처럼, 시를 철학과 연결 짓기 위해서는 철학을 지식적으로 제대로 알아야 하는 전제가 깔린다. 시인의 마음을 철학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철학자가 생각나야 하는데 머리 속이 텅 빈 상태에서 어떤 시를 읽고 철학을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겠나... 결국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철학적 시 읽기를 위해서는 철학을 공부해야 하고, 인간에 대한 깊은 사유도 필요하다. 재미있고, 유익하게 그리고 생각하며 읽은 좋은 책이다. 강신주의 다음 책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이 기대가 된다. ;)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강신주 / P432 / - 출처 : ＇12.8.17 by Ea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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