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경 〈천개의 공감〉 - 소설가의 따뜻한 심리상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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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김형경 출판 : 사람풍경 발매 : 2012.04.15 천 개의 공감 애도 심리 에세이 〈좋은 이별〉을 통해 만난 김형경 작가를 심리치유 에세이 〈천 개의 공감〉으로 다시 재회 하였다. 소설가가 정신분석 영역인 심리상담 에세이를 쓰는 것이 다소 어색해 보이지만 김형경 작가는 무리 없이 전문가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비 전공자가 어떤 특정 전문분야의 글을 쓴다는 것이 보통 내공으로는 어려울 텐데, 해당 분야 책들을 꾸준히 쓰는 것을 보면 지난한 노력의 과정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겸손의 말일 수도 있겠지만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은 업으로 삼고 있는 전문영역을 자신보다 훨씬 잘 꿰뚫어 보고 있다고 전한다. 심지어는 전문가 집단에게 일독을 권할 정도라고 하니 그녀의 상담글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천 개의 공감〉은 한 언론매체 상담코너에 올라온 질문에 대해 김형경 작가가 쓴 상담 글을 모아서 만든 책이다. 책은 ‘자기 알기’ ‘가족 관계’ ‘성과 사랑’ ‘관계 맺기’ 라는 총 4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고, 일상에서 벌어지는 실제 독자들의 고민을 정신분석 관점에서 접근하여 상담해 주고 있다. 정신분석이나 심리학 분야는 나도 관심이 많은 분야이다 보니 꽤나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바로 나르시시즘과 오이디프스 콤플렉스. 이 심리학 용어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성인이 되어 나타나는 다양한 행동양식과 심리현상은 어릴 적 부모와의 관계로부터 상당히 큰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성부모와는 이성부모를 차지하기 위한 심리적 경쟁을 하는 유아기 때에 정서적인 만족이 충족이 되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 다양한 형태의 심리적인 아픔이 생겨난다. 반대로 유아기 때에 받은 정서적 만족과, 부모와의 친밀성은 자존감을 갖게 하여 성인이 되어, 심리적 결핍이나 정신적 문제에 상대적으로 덜 노출된다는 것이다. 책에 소개된 심리상담내용은 이 땅에 성인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아픔들을 보여준다. 부모와의 애증의 관계, 형제 자매와의 갈등, 정서적 결핍이 만들어낸 잘못된 사랑 등 다양한 사례들이 나열되어 있다. 하지만 문제의 시작은 결국 한 가지로 수렴된다. 바로 자아가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이 머리 속에 각인된다. 강한 것처럼 행동하지만 내면에 감추어진 핸디캡을 보이지 않기 위해 가면을 쓰고 행동하거나, 부모를 사랑하지만 한편으로는 증오하는 양가감정을 보이는 것도, 어릴 때의 억눌림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성장했기 때문이란다. 자신감이 없고, 움츠리게 되거나, 거절이 두려워 사랑하지 못하는 행위 또한 잘못된 자아의 형성내지는 약한 자아로 인해 비롯됨을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사춘기 때에 부모가 이혼하여 마음 가운데 늘 그늘이 있는 지인이 있다. 착하고, 남을 잘 배려하고, 성품도 온화한 그 친구에게 그런 아픔이 있음을 회식자리에서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 친구는 회식자리에서 술을 먹고 거나하게 취하면 사소한 시비에 엄청난 분노를 폭발 시키곤 했다. 단순히 술기운에 나온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빈도가 잦고, 분노의 표출정도가 상식수준에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알아보니 이혼한 부모에 대한 분노가 그 마음 안에 내재되어 있다가 폭발 한 것이었다. 평소 과도한 배려와, 자신을 극도로 낮추는 겸손의 모습은 분노로 가득 차있는 자신의 내면을 감추기 위해 나온 작위적 행동들임을 알 수 있었다. 가장 부모를 필요로 했을 때 부모는 그와 함께 하지 않았고, 부모의 사랑을 느끼고 싶은 나이에 부모의 갈등을 목도했다. 결국 어린 시절 경험했던 아픔의 파편들은 상처로 남아 그의 내면을 파괴했던 것이다. 대부분 인간의 심리적 문제의 출발이 과거 가정사와 연결되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용납하지 못하고 지적과 보복으로 되돌려 주어왔던 나의 모습을 되돌아 보니 후회가 밀려온다. 아이가 커서 용납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각인된다면 자존감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된다. 저자도 자녀가 분노를 표현할 때 되갚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보복하지 않고 그냥 마음속에 담아 둘 것을 권고한다. 부모가 반복적으로 자녀의 분노를 담아두면 자녀도 비로소 분노해도 부모가 무사하다는 것, 자신이 용납 받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내면의 불안감을 이겨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어릴 적 부모와의 관계가 어른으로 성장했을 때 상당히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천 개의 공감〉 우연히 만난 책이지만 나에게는 큰 울림과 깨달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단 한 권의 책을 통해서도 삶의 커다란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며, 독서가 즐거운 또 다른 이유를 알게 된다. 그래서일까? 책이 던지는 유혹은 다른 유혹과는 달리 아무 생각 없이 쉽게 빠져든다. 책에 소개된 격언 中 사랑은 기생적 의존도, 가학적 지배도 아니다._ 카렌 호니 건강한 성격의 출현을 위한 첫째 요건은 유아기의 ＇무조건적이고 긍정적인 관심＇ 이다._듀에인 슐츠 남성다움을 알면서 여성다움을 유지하라. 흰 것을 알면서 검음 것을 유지하라. 영광을 알면서 오욕을 유지하라_노자 모든 사랑은 남는 장사다_작자미상 우리는 죽는 날까지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동시에 죽는 법도 배워야 한다._스콧 펙 사랑은 좌절당한 성에 대한 훌륭한 대답이다._자크 라캉 분노를 품고사는 것은 독을 품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_틱낫한 ;) 〈천 개의 공감〉 / 김형경 / P359 / - 출처 ＇12.10.29 by East-hi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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