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기호 〈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 - 슬픈 현실 그리고 힘과 용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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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 작가 : 엄기호 출판 : 웅진지식하우스 발매 : 2011.12.15 〈우리가 잘 못 산 게 아니었어〉 얼마 前 국내 대기업 부장으로 있는 선배를 만나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회사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요즘 입사하는 신입사원들 면면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고 화두를 꺼낸 선배는, 신입사원 대부분은 화려한 학벌에, 부유한 부모를 둔 인력이라며 이제 개천에서 용 나오는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부의 대물림이 이어지고, 양극화는 훨씬 더 심화될 거라며 한숨을 내쉬는 선배의 모습을 보며 먹먹해졌다.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기에 가난한 부모아래서 성장한 아이들은 경쟁에서 쉽게 밀리게 된다. 부가 대물림 되듯이 가난도 대물림 된다. 현재가 괴로운 것은 당장의 상황이 암울해서라기 보다는, 나아질 것 같지않은 절망스러운 미래 때문이다. 처음 접하게 된 엄기호의 〈우리가 잘 못 산 게 아니었어〉는 다른 자기계발 에세이하고는 판이하다. 위로와 힐링에 대한 주제가 난무하는 책들에게 돌직구를 날린다고 해야 할까? 저자는 현실에 대해 대단히 냉정하고, 비판적인 시각을 고수한다. 자본주의의 모순, 입시학원으로 전락한 학교 교육, 왕따와 자살, 등 우리사회에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무수히 많은 아픔의 상처와 기억들을 남김없이 끄집어 낸다. 우리 모두의 삶에는 더 이상 기승전결이라는 완결된 구조가 없다. 삶은 더 이상 하나의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잘 짜인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삶은 별안간 찾아오는 외부의 간섭과 폭력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_ 18쪽 이 시대 사회적 아픔은 젊은이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해당된다. 그리고 그 아픔의 강도와 관심도도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계급사회다. 물질주의로 인해 비롯된 인간을 자본의 가치로 환원되는 사회는 비극이다. 몇 년 전 카이스트 학생의 연이은 자살이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다. 평균학점이 3.0이 안되면 미달 학점에 비례하여 수업료를 부담시키는 정책이 학생들을 사지로 내몰았다. 자살한 학생들은 처음 경험하는 모욕감과 수치심, 게다가 경제적 부담까지 그들을 최악의 선택에 이르게 한 것이다. 이들의 자살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것은 학교의 브랜드 가치도 한몫 했을 것이다. 일반 대학에서도 자살은 발생한다. 하지만 그렇게 이슈가 되지 못한다. 생명에도 등급이 존재한다는 것은 슬픈 현실이다. 어찌됐든 카이스트 이슈는 얼마 되지 않아 수면아래로 가라앉았고, 대중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쉽게… 누구의 잘못인가? 무엇이 문제인가? 과도한 경쟁과, 승자독식이 지배하는 있는 사회적 환경, 신자유주의, 정부의 잘못된 정책 등 수없이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이 무용 할지 모른다. 사실 해결책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시중에 많은 자기계발서가 해법을 제시했다. 꿈, 비젼이란다. 꿈을 꾸고 열정을 다해 살아가면 앞날에 언젠가 서광이 비칠 것 같은 절망적 희망을 노래한다. 전가의 보도처럼 인구에 회자되는 꿈과 비젼을 가지고 대중을 한 방향으로 밀어 넣었다. 꿈을 가지고 열정을 다해 노력하라는 명제에 충실하다 해도,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더’ 열심히 꿈꾸고 노력하지 않은 개인에게 돌아간다. 결국 모든 것을 자신의 문제로 환원된다. 저자 엄기호는 작금의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힘과 용기라고 한다. 체험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며 운명에 맞서겠다는 정도의 힘과 용기 말이다. 물론 이 용기도 혼자가 아닌 동료로부터 응원을 받고, 동료의 도움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강상중의 〈고민하는 힘〉, 〈살아야 할 이유〉가 생각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삶을 붙들고 사유해야 함을 마음에 새기게 된다. “사람이 언제 죽는다 생각하나? 심장이 총알에 뚫렸을 때? 아니! 불치의 병에 걸렸을 때? 아니 ! 맹독 버섯스프를 마셨을 때? 아니야 사람들에게서 잊힐 때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삶, 이것이 바로 죽은 삶이다. 동료는 그래서 내가 죽어도 죽지 않게 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내 삶이 응원받기 위해 우리에게는 동료가 필요하다. “이세상에 외톨이인 사람은 절대 없다. 세상으로 나가 봐. 널 지킬 동료가 반드시 있을 거야!” _23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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