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화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 - 인문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중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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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작가 : 위화출판 문학 : 동네발매 발매 : 2012.09.08 〈사람의 목소리는 빛 보다 멀리 간다〉 회사일로 중국 출장을 다녀온 적이 몇 번있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중국의 외형적 변화가 엄청나다는 사실이다. 이 전에 방문했을 때 보지 못했던 수 많은 마천루와 도로를 가득 메운 차들은 숨이 막힐 정도다. 94년에 처음으로 베이징을 방문했을 당시 중국은 우리나라 60년대와 90년대가 공존하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시내에 위치한 고층 건물과 비포장된 뒷 골목 거리의 모습은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사람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격변이라고 해야 할까?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도입한 30년의 세월동안 중국은 심한 변화의 과정을 거쳐 왔다. 지구상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중국의 잠재력과 영향력은 대단하다. 하지만 영향력만큼이나 실재 존경받을 만한 國格을 갖추고 있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위화＇ 이 책 〈사람의 목소리는 빛 보다 멀리 간다〉에서 처음 만났다. 블로그를 통해 그가 쓴 소설들을 접하게 되면서, 중국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담고 있는 이 책이 궁금해졌다. ＇위화＇는 중국을 10개의 단어로 설명하려 했다. 인민, 영수, 혁명, 풀뿌리 등 개별 단어들을 통해 중국의 음영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나의 나라를 단순히 어떤 단어로 설명하는 것이 어렵지만, 작가는 인문학적 시선과 언어로 잘 풀어냈다. ＇위화＇는 문화대혁명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얼개를 풀어 가면서 중국이 안고 있는 상처와 어두운 면을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차분하게 끄집어 내었다. 책에는 인문학자의 슬픔이 담겨져 있고, 안타까움이 전해진다. 폭력과 억압으로 점철된 문화 대혁명의 그림자는 어리숙한 민중이 어떻게 자신 스스로를 폭력과 광기에 노출 시켰는지 보여 주고, 전체 집단을 선동하여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갔는지 작가의 목소리를 통해 알게 된다. 초고속 경제발전으로 가려진, 심각한 사회문제와 갈등 等 중국이 감추고 싶어하는 많은 치부들을 밝힌 저자의 글에서 ＇중국인민＇을 향한 애정이 느껴진다. 과연 중국의 어둠은 무엇인가? 마오쩌뚱 사망당시 모두가 애도의 눈물을 흘렸을 때,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저자는 눈물이 아닌 웃음이 나와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전했다. 기쁨의 웃음이 아닌 집단최면에 걸린 민중의 어리석음을 발견한 저자의 쓴웃음이었으리라. 문명사회에서 인간을 신처럼 추앙하고 받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역사가 말해 주고 있다. 유럽, 아시아 할 것 없이 집단의 형성이 전체주의로 전환되는 사례를 많이 보아왔다. 혁명은 위대한 언어이지만 어떤 혁명인지, 누구를 위한 혁명인지가 중요하다. 혁명의 명분은 항상 일반 민중이었다. 하지만 속내는 독재권력의 체제유지에 방점이 찍혀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출발이 민중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종국에는 권력으로 수렴된다. 사회주의 공산혁명이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것도 중요한 의미를 던져 준다. 중국의 빈부격차는 엄청나다. 중국관광객이 넘쳐나 서울시내 호텔이 부족하여 새로 호텔을 건축하고 있다는 사실과, 연간소득 800위안, 우리돈으로 14만원이 안 되는 빈민인구가 1억명이 넘는다는 사실은 다분히 역설적이다. 농촌에서 올라와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통해 도시 빈민의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경제 성장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성장이 멈추는 순간, 그들의 일자리도 끝이다. 벼랑에 선 도시 빈민은 고도 성장 중국의 그림자다. 중국의 서북부 지역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지인의 입을 통해 들은 해당 지역 중국인들의 삶은 처참하다. 물이 없어 빗물을 받아 먹고, 지붕이 없는 집에서 살고, 마치 아프리카 수단을 보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지역이 중국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위화＇의 한숨의 깊이를 가늠할 만 하다. 저자는 문화대혁명 시절 읽을 수 있는 책이 마오전기와 루쉰의 책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하며, 독서에 대한 목마름을 토로했다. 의사의 아들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치과의사(발치사)의 길을 선택했으나 결국은 자신이 원했던 작가의 길로 삶을 전환했다고 한다. 책읽기와 글쓰기가 가장 좋았고 그를 존재케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측면에서 ＇위화＇는 타고난 작가인 듯 하다. 그런 그가 루쉰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에 섰다. 좌익기반 프로레타리아 문학에 몰두하고 다양성을 거부한 그를 ＇위화＇입장에서 받아 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다른 작품이 없이 루쉰의 작품만 읽어야 했던 시대에 얼마나 루쉰의 작품이 지루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쉰의 〈아큐정전〉은 문학사의 고전으로 읽히는 있는 것은 특이할 만 하다. ＇위화＇는 10개의 단어중 ＇산채＇와 ＇홀유＇ 를 다루며 중국에 대한 설명을 마무리 했다. ＇산채＇의 의미는 방어지역을 가진 울타리인데 점차 그 의미가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래서 산채라는 말과 결합을 하게 되면 저렴한, 나아가 짝퉁 모방의 의미가 되어버린단다. 중국의 짝퉁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지 않은가? 복제가 불가능한 것이 없다고 하는데 이 산채가 중국을 뒤덮었다고 한다. 세계의 눈초리가 아무리 매섭다 해도, 중국의 산채문화가 없어지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 홀류는 속된 말로 ＇뻥&구라＇로 표현하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과장 광고, 허풍으로 사람들을 속이는 행위는 중국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듯 하다. 중국인들은 허풍 떠는 데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어차피 세금을 내지 않는다면 최대한 크게 허풍을 떨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저자의 말은 중국인 특유의 기질을 잘 반영하는 것 같다. 중국대륙의 외형적 발전 아래 숨겨져 있는 민중의 아픔과 상처, 부조리를 외면하기에는 중국은 너무도 커버렸다. 세계에 존경을 받는 진정한 선진 중국이 되기 위해서는 감춰진 사회적 갈등과 문제를 중국 스스로 밝혀 봉합하고 치유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 〈사람의 목소리는 빛 보다 멀리 간다〉가 중국에서 출판되지 못하고 타국에서 제3의 언어로 번역 출판되었다는 사실은 아직도 체제에 갖혀있는 중국의 감추면 감출수록 환부는 커질 수 밖에 없다. 외면한다 해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지식인의 소리에 낮은 자세로 귀를 기울이기에는 아직 대륙의 헛된 자존심이 남아 있어 서일까? ;)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 / 위화 / P357 / ＇13.3.13 출처 : by East-hi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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