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명관 〈고령화 가족〉 - 콩가루 가족이 살아가는 방식 |
|---|
|
|
고령화 가족 작가 : 천명관 출판 : 문학동네 발매 : 2010.02.18 〈고령화 가족〉 같은 천명관의 작품이지만 〈고래〉를 읽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나는 소설이다. 〈고령화가족〉도 독특한 소재를 다룬 소설이지만 이전 작품인 〈고래〉보다 정제된 느낌이다. 필력이 상당히 늘었다는 느낌도 있고, 좀더 깔끔하다고 해야 되나… 현실에도 더 가까이 가 있다. 물론 소설이 꼭 현실을 반영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자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있을 법한 이야기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고령화 가족〉은 콩가루 집안의 회복을 그린 독특한 가족애 소설이다. 50이 가까이된 주인공이자 영화감독 오인모는 10년 前 영화 한편을 완전히 말아먹은 뒤 폐인이 되어 살아오다 신불자가 되어 오갈데 없게 되자 어머니가 살고 있는 집에 들어와 동거하게 되고, 형 오함마는 52살의 나이로 120키로의 거구에 폭력과 강간, 사기와 절도로 얼룩진 전과 5범의 변태 성욕자이자 정신불구의 인간망종으로 주인공의 어머니와 동거 중이다. 게다가 술집종업원출신으로 카페를 운영하며 살아온 막내 미연도 바람 피우다 들켜 두 번째 남편에게 두들겨 맞고 딸 민경과 함께 어머니 집으로 들어와 살게 된다. 소설 〈안나 카레리나〉 를 통해 톨스토이가 했던 말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 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는 것을 기억나게 하는 상황이다. 평균나이 47세의 고령화 가족이 만들어 지고, 3대가 부대끼며 살아가는 일상에서 냉소와 유머가 버무려져 나와 소설은 독특한 색깔을 발산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새로운 사실들이 하나 둘씩 밝혀지며 콩가루 집안은 분자의 크기로 더 분쇄되어, 거의 구제불능 가족임이 드러난다. 작가는 가는 김에 막가자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모성애가 충만한 70대 엄마는 밥벌레처럼 빈둥빈둥 놀면서, 게다가 원수보다 더 사납게 으르렁대며 싸우는 두 아들들과, 사고만 치는 막내딸을 위해 무한정 헌신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삼남매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르다. 지금의 엄마는 오함마의 엄마가 아니고, 동생 미연의 아빠는 전파상을 한다는 이름 모를 아저씨다. 미연도 엄마의 외도에 의해 나은 딸이다. 주인공만 아빠,엄마가 정상이다. 더 이상 가족관계를 비틀기도 쉽지 않다. 막장드라마가 되려면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막장드리마가 끝내 막장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크고 작은 에피소드 가운데, 씨가 다르고, 배가 다른 형제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가족사랑을 만들어 간다. 셋째 미연의 딸 민경이 가출했을 때 자신의 미래를 담보로(사실 뭔 미래가 있겠는가 마는) 폭력조직에 부탁하여 술집에 팔려가는 민경이를 찾아오고, 폭력조직을 배신하고 해외로 도망간 형 오함마를 위해 주인공 인모는 폭력조직에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하지만 끝까지 형이 살고 있는 곳을 알려주지 않는다. 서로 물고 뜯고 죽일 듯이 달려들던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서서히 하나가 되어간다. 가족애… 피는 콜라보다 진함을 보여준다. 기구하고 저렴한 인생이지만 그들이 사는 방식은 고상한 척 포장하지만 부모재산을 사이에 두고 형제간에 피 터지게 싸우는 부유한 어느 현대 가정보다 낫다. 멀쩡한 사람이 하나도 없는, 콩가루 가족이 살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실소가 나온다. 고기 한점을 더 먹기 위해 투쟁하고(?), 거리에서 담배 피우다 걸린 어린 여조카를 협박해서 삥을 뜯는 중간 삼촌, 역시 조카의 팬티를 가지고 욕정을 발산하는 큰 삼촌, 상황을 보면 토가 나오고, 음울한 분위기가 나올 것 같지만, 오히려 유쾌하다. 인간 본성을 다 헤집고 들어가, 비루한 삶의 방식을 표현해 냈지만 소설의 끝은 마음 따뜻한 해피엔딩이다. 말초를 자극하는 재미와, 나름의 메시지, 허를 찌르는 발상과 표현은 작가의 탁월함을 느끼게 한다. ;) 〈고령화 가족〉 / 천명관 / P291 / ＇13.3.30 by East-hill(출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