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석주 〈느림과 비움의 미학〉 - 장자를 만나는 즐거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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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과 비움의 미학 작가 : 장석주 출판 : 푸르메 발매 : 2010.04.16 〈느림과 비움의 미학〉 - 장석주의 장자읽기 중국의 철학자 ＇장자＇가 존경받는 이유는, 비움과 낮춤의 자세로 살았다는 것이고, 그의 위대함은, 그렇게 살았던 것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주어진게 아닌, 자신이 선택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실제 장자는 권력의 중심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궁궐 속의 박제된 거북이 보다는 진흙탕에서 꼬리를 질질 끄는 거북이가 낫다며 벼슬을 거부했다. 자발적 가난과 자유로운 인간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 장자처럼 세속적 욕망을 뒤로 하고 자연과 함께, 비움의 삶을 실천하는 사람은 우리 주변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판화가 이철수나, 시인 장석주, 함민복의 삶은 장자를 생각나게 한다. 그들 모두 시골에 내려가 자연을 벗삼아 검박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에 일단 표면적인 모습들은 모두 한국의 장자가 아닌가 싶다. 물론 그들이 보여 주고 있는 언행 자체도 장자철학과 크게 다르진 않은 듯하다. 이 책의 저자 장석주는 엄청난 독서광이며, 아르헨티나의 알베르또 망구엘이나, 조선시대 이덕무처럼 책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있는 시인이다. 장석주는 〈마흔의 서재〉를 통해 만났고, 이 번이 두 번째다. 스스로 많이 팔리는 책을 쓰질 못했다고 고백한다. 그의 고백이 낯설지 않은 것은 현대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인문학 중심의 책들이 많이 팔리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의 글을 좋아하는 매니아 독자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40세부터 안성의 시골마을에 내려가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장석주, 그가 이야기는 하는 장자의 지혜는 어떤 것일까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읽어 갔다. 그는 이 책 〈느림과 비움의 미학〉에서 장자의 가르침을 매개로 자신의 삶에 대한 시선과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감정들을 담백하게 서술하고 있다. 철학자 강신주를 통해 장자철학을 접하고 장자의 매력에 빠진 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그 매력은 유효하다. 아마도 장자의 가르침을 전면적으로 수용하고 행동하기 어려운, 즉 이루지 못함에 대한 갈구였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장자철학에는 가슴을 뛰게 하는 마법과 같은 메세지가 있다. 세상의 가치와 대척점에 놓여 있는 장자철학이 일반 多衆의 사랑을 받는 날이 과연 올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나의 개인적 상상은 무용하다. 결국 세상은 홀로서기이다. 주변이 변하길 바라는 욕심은 지나친 욕심일 것이다. 나 하나도 제대로 변화시키지 못하는데 누굴 변화시킬 것인가? 그냥 내려놓기는 나 혼자의 생각과 행동이면 충분하다. 장석주는 장자의 가르침 중에서 느림과 비움을 끄집어 냈다. 굳이 끄집어 냈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을지 모른다. 그냥 장자철학을 관통하는 메세지라고 해도 부자연스럽지 않다. 인위를 거부하고, 자연을 사랑한 철학자의 이야기 중에서 나에게 커다란 울림을 주는 메세지는 ＇죽음＇과, ＇쓸모없음의 쓸모＇ ＇자연스러움＇ 이었다. 죽음에 대해 장자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장자는 아내가 죽었을 때 비록 슬픔이 그를 압도했지만 애도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주변 친구들이 장자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장자의 답변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본래 삶이란 없었네. 본래 없었을 뿐만 아니라 형체도 없었던 것이지 본래 형체만 없었던 것이 아니라 氣도 없었던 것이지. 그저 흐릿한 어둠 속에 섞여 있다가 변하여 기가 되고, 기가 변하여 형체가 되었고, 형체가 변하여 삶이 되었지. 이제 다시 변해 죽음이 된 것이네, 마치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흐름과 맞먹는 일이네...＂ 185쪽 원래 존재하지 않았다가 다시 존재하지 않음으로 간다는 자연의 법칙을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장자의 태도를 목도할 수 있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장자는 제자들이 성대한 장례를 계획하고 있음을 알고, 논의를 중단시켰다. 매장을 소홀히 하면 까마귀와 솔개가 시신을 상하게 한다고 제자들이 걱정했을 때, 장자는 ＂땅 위에 있으면 까마귀와 솔개의 방이 되고, 땅속에 있으면 벌레와 개미의 밥이 된다며, 자연스럽지 않게 한 쪽 것을 빼앗아 다른 한 쪽으로 주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일갈한다. 육신이 중요치 않음을, 결국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삶이기에, 벌레의 밥이 되든, 솔개의 밥이 되든 의미 없음을 설명하고 있다. ＇쓸모없음의 쓸모＇ 도 세상의 가치와 정면으로 대항하는 메세지다. 산을 지키는 나무는 곧고 반듯하게 뻗어 있는 나무가 아니라 구불구불해서 인간들에게 무용한 나무다. 그 못생긴 나무가 자라서 울창한 숲을 이루며 장수한다는 것이다. 결국 쓸모없음이 쓸모있음이 된다. ＇지리소＇라는 곱추 인간에 대한 이야기에서 쓸모없음의 쓸모의 의미에 더욱 무게를 더한다. 곱추이기에 병사들을 징발할 때 빠지고, 나라에 부역에 동원되지 않아 오래 살았다. 전쟁에 나가거나 부역에 동원된 쓸모있는 인간들은 죽거나 병신이 되었고, ＇지리소＇는 쓸모 없다고 버림 받았지만 쓸모없음으로 재앙을 피해 제 수명을 다했다고 한다. 쓸모있음과 없음의 기준은 다르다. 장자는 ＇자연스러움＇에 대해서도 전한다. 장자의 그 유명한 말,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말고, 오리다리가 짧다고 늘여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모든 사물은 본래 다 이유를 가지고 타고났음을 그리고 그것이 가장 자연스럽다고 설명한다. 노나라 임금이 바닷새를 불러다가 고기를 먹이고 잔치를 베풀어도 바닷새는 결코 즐겁지 않았고 나중에 죽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인위적인 어떤 행동이 결코 대상을 위하는 길이 아님을 이야기 해준다. 장자철학은 세상과 등지고 있다. 부자연스러운, 잘해 보려는 어떤 인위적 행동이 결코 아름답지 않음을, 세상이 배척하는 쓸모없음이 쓸모있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들은 마음 속에 새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집 앞마당에 작은 연못을 만들어 놓고, 집 근처 들에 핀 들풀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전원생활과 함께 독서에 빠져 있는 장석주의 삶이 세상 명예를 쫓아 성공을 이룬 사람보다 결코 뒤 떨어져 보이지 않고 오히려 나아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 〈느림과 비움의 미학〉 / 장석주 / P375 / ＇13.6.6 - 출처 by East-hi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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