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 상처와 아픔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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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작가 :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 문학사상 발매 : 2010.08.25 〈상실의 시대〉 - 노르웨이의 숲 16년 전에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원제는 비틀즈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노르웨이의 숲〉을 다시 찾게 된 것은 최근 그의 소설인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르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를 읽고 나서였다. 그 이름만으로도 중량감을 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신작은 생각보다는 감동을 주지 못했다. 기대가 그 만큼 커서 일수도 있고, 하루키 특유의 허무주의를 다시 읽다 보니 신선함이 느껴지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를 최고 작가의 반열에 올려 놓았던 작품을 다시 읽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꼈다. 16년 전의 받았던 느낌을 다시 느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말이다. 하지만 조금은 다르게 나에게 다가 왔다. 〈상실의 시대〉는 청년 와타나베의 슬프고도 애절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루키는 이 소설을 그의 자전적 성격의 소설이라고 했다. 자신의 어떤 경험치가 소설에 반영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지독한 허무주의가 그의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 그의 말대로 감각의 차원의 문제일수도 있다. 하루키 소설에서 죽음을 빼놓고서는 서사를 이야기 하기 어려울 정도로 죽음, 그것도 자살은 일상화 되어있다. 6,70년대 일본 국민들을 지배했던 우울함과 불안 정서를 책에서 그대로 담아 내었다고 해야 할까? 주인공 와타나베는 특별히 잘 하는 게 없는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면서, 친구도 별로 없고 자신의 세계에 갖혀서 사는 소심하고 독특한 인물이다. 그의 최신작에 등장하는 쓰쿠르의 캐랙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와타나베의 憑依라고 해도 될 정도로 너무 비슷하다. 특별한 인생의 목적이 없이 대충 살아가는 개인주의자이자 허무주의자인 주인공을 등장시킨 것은 하루키가 지향하거나, 바로 자신을 투사시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상실의 시대〉는 고등학교 시절 주인공의 친구인 기즈키의 여자친구로 알게 된 나오코와의 사랑이 큰 서사를 이룬다. 3살 적부터 기즈키와 나오코는 알고 지낸 연인이지만, 기즈키는 아무런 이유 없이 고등학교 시절 자살을 한다. 믿었던 친구을 떠나 보내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나오코의 상처와 방황은 시작되고, 와타나베는 사랑의 감정으로 그녀를 지키고 싶어한다.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나오코가 회복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와타나베의 약속은 나오코의 자살로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되어버린다. 와타나베 마음을 황폐하게 만들고, 자신은 도대체 누구인가 그리고 어디에 있는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사랑하는 자의 죽음을 무력하게 지켜봐야 하는 주인공의 반응은 과도한 절제로 느껴질 정도로 간명하다. 한 달 정도의 방황과 그 방황을 정리하는 마지막은 덤덤하다. 저자는 사랑을 지킨다는 의미를 타인에게 마음을 준다 해도 성행위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대단히 편협한 사고를 독자들에게 강요하는 느낌을 준다. 나오코를 기다리며, 과에서 알게 된 미도리를 사랑하게 되면서 와타나베는 갈등을 느낀다. 끝까지 미도리를 향해 마음의 문은 열되 육체의 문을 닫아 버리는 식으로 나오코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행동을 보이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사랑은 정신과 육체의 온전한 만남임에도, 성기결합을 제외한 모든 행동은 정당화 된다. 어쩌면 80년대 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반영 할 수도 있고, 하루키가 가지는 사고의 틀일 수도 있다. 16년 前 이 소설을 읽었을 때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였던 와타나베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하루키의 사랑에 대한 인식은 오늘의 나의 관점에서는 편협적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와타나베 중심의 사랑이야기의 얼개를 삼각구도로 전개하면서, 색채 없는 주인공의 일관된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기즈키와 나오코, 같은 기숙사를 쓰는 나가사와 선배와 그의 애인 하쓰미, 나오코와 요양원에서 함께 거하는 레이코, 미도리와 그의 애인, 대부분 상처로 얼룩진 인물들이다. 다양한 상처들이 만나지만, 결국 상처의 치유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끝나고, 주인공에게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다가선다. 자극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농밀한 성행위의 묘사를 변태적이라고 평가하는 독자들이 있지만 그 부분은 20대의 젊은이들의 본능을 리얼하게 보여주려는 작가의 친절함으로 해석해 두고 싶다. 고상하게 치장된 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여과 없이 풀어낸 작가의 과감함이 보수적인 독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무덤덤하게 다가온다. 동일한 소설을 읽었지만 과거와 현재의 느낌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세월과 함께 닳아버린 나의 감각과, 같은 소설을 다시 읽음에 따른 기시감이 버무려져 과거의 감동을 저하시킨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소설 속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밖에 없었다. 모든 사물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 것, 모든 사물과 나 자신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둘 것 - 그 것 뿐이었다.＂ ＂그러나 그 곳이 어디인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란 말인가?＂ ;) 〈상실의 시대〉 / 무라카미 하루키 / P454 / ＇13.9.21 - 출처 by East-hi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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