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글라스 케네디 〈더잡〉 - 전형적 서사를 다시 만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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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잡 작가 : 더글라스 케네디 출판 : 밝은세상 발매 : 2013.08.06 〈더잡〉 진부함은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진부하다는 말을 듣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특히나 문학이나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더욱 참아 내기 힘든 말이다. 차별성이 없는, 많이 보아왔던, 모두가 알고 있는 등등 진부함의 의미는 독창성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하지만 독창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것도, 대중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독창적으로 이상하고 짜증나는 예술작품도 많다. 진부하다는 의미를 달리 해석하면 대중이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익숙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부한 문학작품들이 평단에서는 외면당하지만 대중으로부터는 많은 사랑을 받기도 한다. 유럽에서 최고의 감독으로 평가받는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그야말로 파격적이고 독창적이다. 하지만 그의 영화를 보는 것이 무척이나 부담스럽고, 거부감이 느껴질 때가 많다. 정서적 문제도 있지만,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특유의 ＇독창성＇ 때문이다. 때론 진부함이 좋다. 타인의 눈 때문에 대중들도 겉으로는 진부함을 거부하지만 정작 진부함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을 보면 진부함이 철철 넘친다. 물론 디테일은 약간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진부하다. 서사의 전형성, 반드시 등장하는 갈등구조, 주인공의 승승장구와 이어지는 추락, 그리고 회복. 이러한 얼개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거의 모든 작품에서 볼 수 있다. 〈더 잡〉 도 그 전형성을 빗겨 가진 못했다. 하지만 전형성을 탈피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사실은 ＇재미있다＇ 라는 것이다.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대충 감이 잡히지만, 그래도 궁금해진다. 더글라스 케네디가 이 번에는 어떤 카드를 꺼내 들었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서 말이다. 주인공 네드 앨런의 직업은 세일즈맨, 업계 3위 컴퓨터 관련 잡지인 〈컴퓨월드〉 에서 광고 세일즈를 담당하는 지사장이다. 출세 지향적인 네드는 광고 세일즈로 승승장구를 한다. 독일계 회사에 합병되면서, 편집장을 배신하고, 편집장 자리까지 갈 기회가 생겼지만 다시 경쟁사에 매각되면서 물거품이 된다. 네드는 합병과 배신의 과정에서 상사를 폭행하게되고, 마치 주홍글씨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각인 된다. 편집장은 매수한 경쟁회사에서 포지션을 유지하지만, 자신을 키워 준 편집장을 배신한 대가로, 네드는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일자리를 잃은 네드에게 남겨진 것은 카드 빛과, 아내와의 불화로 점점 절망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 물론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절망의 늪에서 건져 줄 동아줄이 대기하고 있다. 우연히 만났던 고등학교 동창생, 함께 일했던 잡지사 부하직원들 등 많은 이들이 주인공을 돕는다. 하지만 도움 가운데 진짜 도움이 있고, 가짜도 있다. 이전 작품들과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늪에 빠진 주인공이 다시 새로운 늪에 빠지는 설정이다. 배신과 이용, 살인과 모함 等 다양한 난관 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주인공의 힘겨운 노력이 흥미롭게 구성되었다. 추리소설의 핵심인 반전도 어김없이 등장하고, 극한에 달하는 갈등은 독자에게 감정이입을 유도한다. 영화화하기에 좋은 작품이다. 평범한 스토리는 아니지만,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들을 많이 만나 본 독자들은 기존작품들과의 유사성으로 인해 식상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토리는 재미있고, 가독성이 대단히 뛰어나다. 성공 DNA로 무장한 주인공 캐랙터는 이전 작품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출세지향의 캐랙터가 없다면 역시 이야기를 풀어 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더 진부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진부함의 대상은 서사보다는 서사의 구조라고 해야 될 것 같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저자가 전하려는 메세지의 일관성이다. 그의 메세지는 출세에 심취한 인간의 불안전한 모습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것, 출세보다 더 중요한 가정의 소중함,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의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서다. 성공이라는 하나의 세속적 목적을 달성하기위해 잃어야 하는 수 많은 가치들을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다. 500쪽이 넘는 분량의 책이지만, 끝까지 다 읽지 않고 다른 일을 하기가 어려운 페이지터너(Page-turner)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와 같이 다작을 하는 작가이다. 보통의 내공으로는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들을 단기간에 내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 〈더잡〉 / 더글라스 케네디 / P568 / ＇13.11.3 출처 : by East-hi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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