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나토 가나에 〈경우〉 - 가볍지만 치밀한 반전의 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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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 작가 : 미나토 가나에 출판 : 비채 발매 : 2013.01.01 미나토 가나에 〈경우〉 시간을 망각하게 하는 서사를 가진 소설을 만날 때면, 깊이나 무게감을 잊게 만든다. 일단 뛰어난 이야기는 독자에게 재미를 선물한다. 재미 하나 만으로 작가의 사명을 다했다고 하면 과할까? 하지만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은 재미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작품 속에서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가볍고 잔잔하게 풀어 쓰는 글에서 여유로움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치밀한 복선과 탄탄한 서사구조에서는 전문가의 냄새가 풍긴다. 전작인 〈고백〉을 읽었을 때도 유사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소설은 가볍지만 결코 허술하지 않다. 치밀한 이야기 전개와 반전이 어김없이 기다린다. 일본 추리소설의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작가로 히가시노 게이고를 떠올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작을 함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그의 작품은 뛰어나고 다채롭다. 미나토 가나에를 히가시노 게이고와 단순비교 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히가시노에 필적할만한 수준의 작가라는데 한 표를 던져도 무방할 듯 싶다. 물론 그녀의 작품은 색깔이 다르고,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작품에 촘촘히 녹아져 있다. 서사를 풀어 가는 방식도 다소 독특하다. 〈고백〉에서 사용했던 등장인물 모두가 각자 1인칭 주인공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래서 더욱 흡인력이 있는 듯 하다. 지방의회 의원의 아내인 요코는 고아원 출신이다. 시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편 마사키의 노력으로 결혼에 성공하고, 5년간의 노력 끝에 귀한 아들 유타를 갖게 된다. 또한 같은 고아친구인 하루미의 도움으로 자신의 성장배경과 연관된 동화 그림책을 출간하여 유명작가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된다. 하지만 의원 선거가 한창일 때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유타가 유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유타를 데리러 가야할 선거 사무소 여직원 아키가 유치원에 늦은 사이에 유타는 사라진다. 선거 사무실로 유괴범이 보낸 팩스가 전달되고, 유괴범은 아이를 살리고 싶으면 진실을 공표하라고 협박한다. 도대체 어떤 진실일까? 남편 마사키 의원의 선친이 의원시절 받았던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고백이라는 데에 초점이 모아 졌지만, 두 번째 협박편지에서 35년前 있었던 살인 사건에 관한 내용임을 암시하면서, 요코는 자신이 살인사건과 연관되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기자이자 절친인 하루미를 통해 조사를 실시하고 유괴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 나간다. 사람은 다양한 배경을 안고 태어난다. 태어난 순간 만큼, 아니 적어도 성인이 될 때까지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모를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릴 적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세상을 원망하기 쉽다. 게다가 부모로부터 버려질 경우 더욱 그러하다. 이렇게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에게 죽을 때까지 붙어 다니는 고아라는 불편한 꼬리표가 정당하지 않다. 더욱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벌어진 부모시대의 일이 현재의 자신을 옥죄인다면 당사자는 얼마나 억울할까? 다행히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이 감당해야할 숙명임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의연함을 보인다. 저자는 따뜻한 세상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다. 소설은 몇 번의 반전을 독자에게 선물한다. 그 반전도 따뜻하다. 다행스럽게도 말이다. .jpg&imageName=M6e7vd8c55oHBDyEv9Wu_99_20140704090102(0).jpg', 'FullImgWin', 'width=300, height=250,scrollbars=yes,top=0,left=0');) 〈경우〉 / 미나토 가나에 / P229쪽 / ＇14.7.10 by East-hi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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