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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 〈투명인간〉 - 그들은 왜 투명인간이 되었을까?
조회 : 6225 추천 : 33
fjrigjwwe9r0UNIMO_MULTIBOARD:Brd_Contents 투명인간 작가 : 성석제 출판 : 창비 발매 : 2014.06.30 〈투명인간〉 자연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가족이라는 공동체 속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성석제의 〈투명인간〉(2014 창비)은 읽는 내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향한 연민과 안타까운 감정과 싸워야 한다. 한 가족의 일대기를 다룬 이 소설은 우리사회가 걸어온 현대사의 기억들을 복원해내 그 시절을 보낸 중년의 독자들의 마음을 사정없이 흔든다. 얼마 전 읽었던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2014, 돌배게)와 맞물려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경험해야 했던 고난과 상처가 얼마나 크고 힘들었는지 더욱 실감나게 한다. 〈투명인간〉은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가족과 동일시한 ＇김만수＇를 통해 사회를 조명하고 인간본성을 여과없이 파헤친다. 우직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평범한 ＇김만수＇의 눈에 비친 세상은 이기고 극복할 대상이 아닌 순응하고 받아들일 대상이다. 6남매중 네쩨인 만수는 장남 백수가 월남전에서 고엽제 중독으로 죽음을 맞이하자, 가족 모두 서울로 이사와 생활하고, 만수는 장남을 대신하여 가족부양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짊어진다. 선한 누나, 명민하지만 약삭빠른 기회주의자 남동생, 연탄가스 중독으로 백치가 된 둘째 누나, 그리고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기구하게 바꿔 버린 막내 여동생까지 만수에게는 모두 소중한 지체들이다. 만수의 삶의 방향은 지체들이 정상적으로 살아가는데 있다. 하지만 우직함과 성실함, 따뜻한 책임감 만으로 자신과 타인의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인도하진 못한다. 작가는 등장인물 모두를 1인칭 시점으로 처리한다. 〈고백〉의 작가 미나토가네에가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각각의 인물들의 자기 삶에 대한 고백들이 보다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만수를 둘러싼 주변인물들을 통해 6~70년대 사회상을 밀도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월남전과 고엽제 피해, 공단 여공들의 삶, 노동운동의 실상, 군부독재, 고문 등 4,50대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대 상황이 촘촘하게 펼쳐진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뒤틀린 삶 자체는 현대사가 통째로 녹아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억눌림, 부조리, 위선 등 시대가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집단의 정서들이 잘 나타난다. 공장일, 세차, 배달, 집청소 등 20시간의 노동으로 가족을 돌보는 주인공 ＇만수＇는 어쩌면 현재 50대 가장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인공 만수의 애씀과 힘듦의 결과는 독자의 기대와 바램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결국 만수의 출생과 죽음으로 이어지는 여정은 타인의 삶이었다. 가족의 기쁨이 자신의 행복이 되어야만 하는 만수의 일생은 ＇기구함＇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독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킨다. 물론 희생과 헌신의 가치가 폄훼 되어서는 안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만수의 삶은 아름답기 보다는 안타까움으로 다가오다. 〈투명인간〉을 통해 성석제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일반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이었을 것이다. 수탈당하고, 억눌린 약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주어진 환경 속에 체념하고 순응하는 방식이다. 때론 자신이 낼 수 있는 작은 소리를 목청껏 부르짖지만 여전히 소리없는 메아리로 돌아올 뿐이다. 그냥 살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凡人의 삶이다. 위계의 상층부입장에서 존재자체가 무의미하게 여겨지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지배와 피지배, 가진 자와 없는 자 모두 함께 공명하지 않으면 투명인간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고, 새로운 투명인간은 계속 양산될 것이다. 성석제의 소설이 상처 투성이로 만신창이되어 지나온 굴곡진 현대사의 단면만을 이야기하진 않는 것 같다. 현재와 미래도 제 2의 만수는 소리없이 살고 있을지도, 그런 만수를 만든 폭력 사회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작성자 : 전문기자 (dudtm00) 날짜 : 2014-07-31 오전 10:13:03

성석제 〈투명인간〉 - 그들은 왜 투명인간이 되었을까?

조회 :: 6225
추천 :: 33

투명인간

작가 : 성석제
출판 : 창비
발매 : 2014.06.30

〈투명인간〉

자연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가족이라는 공동체 속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성석제의 〈투명인간〉(2014 창비)은 읽는 내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향한 연민과 안타까운 감정과 싸워야 한다. 한 가족의 일대기를 다룬 이 소설은 우리사회가 걸어온 현대사의 기억들을 복원해내 그 시절을 보낸 중년의 독자들의 마음을 사정없이 흔든다. 얼마 전 읽었던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2014, 돌배게)와 맞물려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경험해야 했던 고난과 상처가 얼마나 크고 힘들었는지 더욱 실감나게 한다.

〈투명인간〉은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가족과 동일시한 ＇김만수＇를 통해 사회를 조명하고 인간본성을 여과없이 파헤친다. 우직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평범한 ＇김만수＇의 눈에 비친 세상은 이기고 극복할 대상이 아닌 순응하고 받아들일 대상이다. 6남매중 네쩨인 만수는 장남 백수가 월남전에서 고엽제 중독으로 죽음을 맞이하자, 가족 모두 서울로 이사와 생활하고, 만수는 장남을 대신하여 가족부양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짊어진다. 선한 누나, 명민하지만 약삭빠른 기회주의자 남동생, 연탄가스 중독으로 백치가 된 둘째 누나, 그리고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기구하게 바꿔 버린 막내 여동생까지 만수에게는 모두 소중한 지체들이다. 만수의 삶의 방향은 지체들이 정상적으로 살아가는데 있다. 하지만 우직함과 성실함, 따뜻한 책임감 만으로 자신과 타인의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인도하진 못한다.

작가는 등장인물 모두를 1인칭 시점으로 처리한다. 〈고백〉의 작가 미나토가네에가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각각의 인물들의 자기 삶에 대한 고백들이 보다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만수를 둘러싼 주변인물들을 통해 6~70년대 사회상을 밀도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월남전과 고엽제 피해, 공단 여공들의 삶, 노동운동의 실상, 군부독재, 고문 등 4,50대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대 상황이 촘촘하게 펼쳐진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뒤틀린 삶 자체는 현대사가 통째로 녹아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억눌림, 부조리, 위선 등 시대가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집단의 정서들이 잘 나타난다. 공장일, 세차, 배달, 집청소 등 20시간의 노동으로 가족을 돌보는 주인공 ＇만수＇는 어쩌면 현재 50대 가장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인공 만수의 애씀과 힘듦의 결과는 독자의 기대와 바램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결국 만수의 출생과 죽음으로 이어지는 여정은 타인의 삶이었다. 가족의 기쁨이 자신의 행복이 되어야만 하는 만수의 일생은 ＇기구함＇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독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킨다. 물론 희생과 헌신의 가치가 폄훼 되어서는 안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만수의 삶은 아름답기 보다는 안타까움으로 다가오다.

〈투명인간〉을 통해 성석제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일반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이었을 것이다. 수탈당하고, 억눌린 약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주어진 환경 속에 체념하고 순응하는 방식이다. 때론 자신이 낼 수 있는 작은 소리를 목청껏 부르짖지만 여전히 소리없는 메아리로 돌아올 뿐이다. 그냥 살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凡人의 삶이다. 위계의 상층부입장에서 존재자체가 무의미하게 여겨지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지배와 피지배, 가진 자와 없는 자 모두 함께 공명하지 않으면 투명인간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고, 새로운 투명인간은 계속 양산될 것이다. 성석제의 소설이 상처 투성이로 만신창이되어 지나온 굴곡진 현대사의 단면만을 이야기하진 않는 것 같다. 현재와 미래도 제 2의 만수는 소리없이 살고 있을지도, 그런 만수를 만든 폭력 사회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작성자 :: 전문기자
(dudtm00)
날짜 :: 2014-07-31 오전 10:1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