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령 〈소설로 떠나는 영성순례〉 - 영적 시각에서 읽는 고전 5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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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떠나는 영성순례>
<소설로 떠나는 영성순례>(포이에마, 2014) 는 지성의 아이콘으로 알려진 이어령이 영적인 관점에서 고전을 풀어낸 책이다. 이어령은 기독교 신앙을 받아 들인 이후에 문학과 종교의 경계를 넘나들며, 영성과 관련된 책을 간혹 집필해 왔다. 이 책도 기독교 관점을 기반으로한 이어령식 고전읽기의 시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총 다섯편의 책을 통해 기독교 신앙, 인간의 문제를 깊이 있게 파고든다. 영성을 주제로 삼고 있지만, 그의 고전해석에는 지성이 가미되어 빛을 발한다. 해박한 역사지식과 철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논리적 설명에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의 문학적, 영적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 가늠할 수 있다.
저자는 <소설로 떠나는 영성순례>에서 총 다섯 편의 고전을 소개한다. 한 가족을 통해 인간 내면에 자리한 사랑, 욕망 등 본성의 문제를 다룬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죽음, 고독, 신의 의미를 되새기며 실존의 문제를 중심으로 생각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말테의 수기>, 성서에 소개된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비유, 돌아온 탕자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탕자 돌아오다>,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 인간의 변화와 민중들의 삶과 저항을 노래한 <레미제라블>, 227일간 호랑이와 소년의 해양 표류기를 통해 생명애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파이 이야기>로 고전을 영적 시각에서 풀어낸다.
이어령식 고전읽기가 눈에 들어 오는 보수 기독교계에 침투해 있는 ‘번영복음(Prosperity Gospel)의 문제점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나오는 대심문관의 이야기는 교회의 살길이 예수님 방식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좋아하는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내용으로 시류를 잘 반영한다. 대중의 이해와 타협하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 교회의 살길이라는 메시지는 기독교 신앙에 대한 철저한 왜곡이다. 지금 현대 기독교 현실과 마주하는 듯 하다. <레미제라블>에 대한 해석 또한 눈에 들어온다. 저자는 혁명보다 소중한 것은 사랑임을 지적한다. 미리엘 주교의 사랑이 장발장의 생명 살리기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담는다. 혁명과 사랑은 결코 대립관계가 아니다. 혁명의 근원에 사랑이 있다면 피흘림이 뒤따르는 혁명은 분명 의미가 있다. <파이 이야기>를 통해서는 인간과 동물과의 교감 보다는 생명에 방점을 두고 생명은 곧 사랑에서 시작됨을 해석해 낸다. 자신이 잡아 먹힐 수도 있는 맹수를 구해 좁은 배에서 공생한다는 것은 위험 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사랑은 곧 생명이라는 메세지와, 예수가 보여준 사랑의 위대함을 <파이 이야기>에서 찾아내려고 시도한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자기희생과 사랑이다. 그런 사랑이 없이 물질의 복을 기원하는 것은 주술 종교와 다를 바 없다. 이어령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해 낸다. 과거나 지금이나 인류의 모든 문제는 밥과 직결된다. 자본이 우리 생활에 깊숙히 침투하고 있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여
자본으로부터 자유하고, 진정성 있는 사랑을 회복 하자는 것이 이어령이 던진 메세지다.
<소설로 떠나는 영성 순례> / 이어령 / '15. 6 / 출처 - East-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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