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는 2008년에 구입하고서 이제야 읽었다. 책장에서 10년 가까이 머물러 있었으니 미안할 따름이다. 구입했을 당시 주목을 받았던 책 중에 하나였는데 최근에 와서야 읽게 되었다.'넛지' 의 사전적 의미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는 뜻이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는데 있어서 방향성을 제시하는 도구 정도로 이해된다.
우리 삶의 매 순간은 의사결정의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 없이 많은 의사결정을 잘 하기 위해 좋은 방법은 없을까? 비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행동방식을 제어할 수 있는 무기가 있지 않을까? 이러한 물음에 대해 <넛지>는 명쾌한 해답을 내놓는다. 유혹에 저항하기 위한 방법, 합리적인 투자 의사결정 방식, 심지어 장기기증을 활성화하는 방법 등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인간이 살면서 많은 유혹에 직면하게 되며 유혹을 이기는 일이 쉽지는 않다. 유혹을 이기기 위해 <넛지>는 어떤 방법을 안내하는가? 가령 다이어트를 하면서 식사 때마다 먹고 싶은 유혹을 참아야 할 때 작은 그릇에 밥을 먹는다거나, 아침 기상 시간에 알람일 울리면 끄고 계속 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침대에서 완전히 일어날 때까지 바퀴 달린 자명종 시계가 침대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시끄럽게 한다거나, 금연을 하기 위해 지인에게 큰 돈을 주며 만약 어길 시 돈의 소유권이 상대방에게 넘어가게 하는 방법 등이다. 소위 특정한 장치를 통해 자신의 행동을 제어시키겠다는 것이다. 유혹에 약한 인간에게 약간의 스트레스 도구를 작동시켜 극복하게 하는 방식은 확실히 효과적이다.
기술발전이 가져온 넛지도 있다. 가령 자동차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소리가 난다거나, 연료가 떨어지면 경고등이 켜지는 장치도 넛지에 해당된다. 운행 중에는 헤드라이트가 켜지고 주행을 멈추면 꺼지는 자동차의 기능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디지털카메라는 사진을 찍을 때 찰깍 소리가 남으로써 사진이 찍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기술과 관련된 넛지는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있다. 인간의 편리성과 안전을 위해 향후에도 많은 기술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의 내용과 유사한 부분도 있다. 인간의 심리와 행동 경제학이 연결되어 있다 보니 넛지는 심리학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구매 의사를 묻는 것만으로도 구매율을 높일 수 있다거나, 투표 의사를 물음으로 투표율을 높이는 것, 높은 금연율에 대한 뉴스를 통해 금연을 유발하는 캠페인 효과가 좋은 예이다. 인간의 심리를 자극하여 개인을 통제하거나 특정 행동을 유발하는 넛지가 있는가 하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다소 거대 담론이 필요한 넛지도 있다.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 총량제를 만들어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한 조치는 대표적인 사회적 넛지의 형태다. 또한 장기 기증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넛지도 주목할 만 하다. 장기 기증을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는 이상 장기 기증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옵트아웃 제도를 사용하는 국가도 있다. 이 들 국가의 장기 기증률은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다.
넛지는 다이어트를 하는 개인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온실가스 감축이나 장기 기증 장려와 같은 사회적 이슈에도 영향을 준다. 인간의 행동이 항상 합리성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넛지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 시킨다. 인간 행동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이 책 <넛지>는 매우 유익한 인사이트를 준다.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의사 결정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