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는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독자들의 관심을 받아 온 책이다. 140만 명이 넘는 한국 독자들이 이 책을 읽었다고 한다. 어려운 아들러의 심리학을 대화 형식으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고, 심리학을 자기 계발서의 영역으로 확장하였기 때문일 게다. 개인적으로 베스트셀러를 선호하는 편이 아니지만 선물로 받은 책이라 읽게 되었다.
카를 융과 프로이트에 익숙한 나에게 아들러 심리학은 생소하다. 그런데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아들러가 포함된다고 한다. 나의 짧은 지식을 실감한다. 아들러의 심리학은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과는 다르다.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은 과거의 사건이 현재의 나를 규정한다는 '원인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반면에 아들러는 인간은 목적에 따라 산다는 '목적론'에서 출발한다. 불안해서 밖에 나가지 않고 집안에서만 사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원인론은 과거에 타인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받은 경험 때문에 밖에 나가 사람들을 대면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목적론은 밖으로 나오지 못하니까 과거 집단 따돌림 트라우마에서 기인한 불안한 감정을 만들어 낸다고 주장한다.
아들러는 트라우마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역설한다. 원인론을 전면 부정한 셈이다.
"어떠한 경험도 그 자체는 성공의 원인도 실패의 원인도 아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받은 충격(트라우마)으로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경험 안에서 목적에 맞는 수단을 찾아낸다.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자신을 결정하는 것이다.라고_37쪽
그는 인간이 변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 목적론은 현재 자신의 모습이 과거에 의해 결정된다는 '상식'을 전복시킨다. 자신의 노력에 의해 트라우마를 기억 저장소에서 삭제 시키고 얼마든지 현재의 삶을 원하는 대로 변화 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_53쪽
아들러는 변화를 위해 몇 가지 조언을 제시한다. 첫 번째 조언은 자기애다. 자기애를 위해서 필요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열등 콤플렉스의 탈피다. 모든 인간은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열등감은 인간을 진보 시킬 수 있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열등감을 자신의 비루한 상황을 변명하기 위해 활용할 경우 열등 콤플렉스로 변질되어 문제를 야기한다. 인간의 대부분의 문제는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특히 타인과 비교하면서 다양한 문제가 생긴다. 열등 콤플렉스도 결국 비교 프레임에 갇히면서 자라난다. 외모, 학력, 재산 등 비교 대상은 많다. 비교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교로 인해 발생하는 자기 비하나 연민이 문제다. '이래서 안된다'라는 의식은 자기 파괴적이다. 그래서 아들러는 자기애를 중요한 가치로 여겼다.
아들러는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하라고 조언한다. 타인의 인정을 받으려고 노력할 필요도 이유도 없음을 강조한다. 인간이 사는 이유는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서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타인의 칭찬을 받으며 삶의 희열을 느낀다. 하지만 타인으로부터의 칭찬을 갈망하며 사는 삶은 부자연스럽다. 칭찬을 받기 원하는 인정욕구는 타인에게 미움을 받고 싶지 않아서 생긴다고 한다. 하지만 미움받지 않고 사는 삶은 불가능하다. 어떻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고,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는가? 그래서 미움받아도 괜찮다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미움받을 용기'는 자기 인생을 원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끌어낸다.
"자유를 행사하려면 대가가 뒤따르네 자유를 얻으려면 타인에게 미움을 살 수밖에 없어"_187쪽
"행복해지려면 미움받을 용기도 필요하네 그런 용기가 생겼을 때 인간관계는 한순간에 달라질 걸세_189쪽
아들러는 마지막으로 공동체 감각을 갖고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라고 조언한다. 그가 말하는 공동체는 가정이나 학교, 직장,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국가와 인류, 동식물과 무생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만물 공동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들러의 공동체 개념은 명확하게 와 닿지 않고 모호하다. 다만 대중의 상식선에서 공동체를 한정하면 인간은 공동체 속에서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하며 관계를 맺는다. 그래서 공동체에 속한 구성원으로서 공동체 감각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공동체 감각은 타인 시선 의식과는 다르다.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과 유지를 위해 자신을 헌신한다는 의미다. 칭찬받기 위한 헌신이 아닌 자신을 위한 헌신 말이다.
아들러 심리학을 종합해보면 인간은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존재며, 아무리 힘든 과거가 있다고 해도 현재 자신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과거와 타인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개인의 삶을 자유롭게 살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미움받지 않을 용기 말이다. 아울러 공동체에 속한 개인으로 타인을 위해 헌신할 때 연대와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들러의 주장에 다 동의하기는 어렵다. 인간이 과거의 있었던 상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의지만 있으면 모든 어려움이 극복 가능한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인간이 억지로 만든 불안의 유형인가? 다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세월호 사건의 당사자들은 아직도 고통받고 있다. 그들이 고통 가운데 있기를 원하기 때문에 세월호 사건을 이용하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다만 아들러의 조언은 유의미한 면이 있다. 과거의 좋지 않은 경험으로부터 자유하며,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주장은 매력적이다. 비록 자기 계발서를 읽는 느낌이었지만 <미움받을 용기>는 몇 가지 유익한 통찰로 인해 독자에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