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현 〈심야치유식당〉 - 8명의 심리치료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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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하지현 출판 : 푸른숲 발매 : 2011.03.30 하지현 〈심야치유 식당〉 - 8명의 심리치료 이야기 아내가 내가 읽고 있는 책의 표지에 적혀있는 글을 보면서 한마디 했다. 아내 : 당신, 문제는 너무 열심히 산다는 것이다? 책의 부제가 재밌네 나 : 그렇지 책의 부제가 재미있기도 하고, 내가 그런 것 같지 않아? 나의 문제는 정말 너무 열심히 산다는 것인 것 같여~~~ 아내 : (잠시 침묵) 당신은 대충 살기에 해당 안될 것 같아. 나 : 아니 예전에는 그럴지도 모르지만 지금 40대의 가장으로 가정과 직장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잖아 그런데 무슨 대충이야? 아내 : 맞아 과거보다는 많이 좋아 졌지. 지금은 대충이고 과거는 아주 엉망이었지 아마… 나 : 끙..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아내와의 대화는 줄곧 이런 식이다. 하지만 내가 대화에서 진다 해도 그렇게 억울하거나 상처받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늘 이런 대화가 익숙하기에 단련이 되었다고 해야 될까? 신혼 초에는 아내와의 대화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심리적 경쟁을 했지만 지금은 그냥 저주는 것도 일상의 소소한 재미와 행복으로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진다. 맛있는 책 〈심야치유식당〉은 정신과 의사 하지헌의 심리에세이다. 에세이라고 했지만 소설의 냄새가 더 많이 난다. 이 책은 정신과 의사 자리를 팽개치고 밤에 술을 파는 카페 ‘노사이드’를 운영하는 주인공 철주가 카페에 방문한 손님들의 심리문제를 치유해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요즘 힐링이란 말이 유행인데 그 힐링은 주로 육신의 치료 보다는 심리치유를 의미할 때 많이 사용된다. 이처럼 〈심야치유식당〉을 힐링카페로 다시 풀어 쓰면 쉽게 이해가 될 듯하다. 완벽한 인간이 없기에 누구나가 심리적인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현대인들은 특히 그러하다. 다만 증상의 경중만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정신과 치료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드러내기를 꺼려한다. 이러한 현상은 정신과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일반인들의 沒理解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정신과는 현대인에게 익숙하게 다가갈 정도로 점차 일반화 되고 있다. 나도 5년전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당시와는 달리 주변 사람들에게 우연한 기회에 가끔 이야기 하기도 하고, 우울증을 앓고 있는 지인들에게는 정신과 소개도 해주고, 병원치료를 받을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카페 ‘노사이드’를 운영하는 정신과 의사 출신의 철주는 심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 8명의 환자를 치료한다. 각기 다른 증상을 가지고 카페의 손님으로 찾아온 환자들은 철주를 통해 치유함을 받는다. 48시간 잠이 오지 않는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잠을 자게 하기 위해 오히려 특정 시간까지 잠을 참으라는 역설적 치료 방법 패러독시컬 인텐션 테크닉(Paradoxical Intention Technique) 을 제안하여 치료를 하고, 여성으로서 직장에서 완벽한 커리워 우먼이 되기위해 고군분투하다 폭식증에 걸린 미수라는 직장여성을 천천히 먹기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증적 태도를 바꿀 것을 권유하여 치유한다. 좋지 않은 징크스에 걸린 프로야구 선수에게 징크스를 풀어주는 방법을 제안하고, 성공 프레임에 자신을 가두고 공항장애로 힘겨워하는 한 기업의 임원(동우)에게 산악자전거와 워터파크 파도타기를 통해 열심히 살아야 하는 강박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정과 몸의 감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언하여 치유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살펴보면 대부분 유사한 원인으로 수렴된다. 바로 책의 표지에 써있는 너무 열심히 산다는 것과, 성공이라는 추상적이고 세속적인 목적에 매몰되어 살아간다는 것이 문제의 공통적인 원인이다. 완벽한 결과를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혹독하게 다루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참아가며 살아가야 하는 아니 살아지는 삶은 정신적 피로를 증폭시키고, 자신이 원하지 않은 증상으로 이어져 고통 받게 되는 것이다. “내려놓는 거예요, 맞서 싸우려 하지 말고 그냥 몸을 맡겨보는 거예요. 우리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맞서 싸우려다 보면 부서져 버려요.”_174쪽 주인공 철주는 강박에서,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삶에서 벗어날 것을 조언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철주가 정신과 의사의 자리를 버리고 술을 파는 카페 주인의 삶으로 전환하게된 계기도 여기에 있다. 모든 것을 잘 해내고 싶은 그의 욕망은 마치 더 태울 양초가 없어서 촛불이 꺼져가는 번아웃(Burn-out)과 인간에 대한 회의와 실망이 함께 오면서 탈출을 선택한 것이다. 완벽주의자가 갖는 공통적인 아픔을 경험했던 것이다. 심리를 치유하는 것이 육신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어쩌면 어려울 수 있다. 물론 심각한 암이나 백혈병 등 난치병 내지는 불치병은 치료가 어렵겠지만, 이들 질병들을 제외하고는 현대의학으로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심리적 문제는 조금 다르다. 대부분의 문제가 외부에서 보다는 자신의 내부에서 발흥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겪었던 상처들, 트라우마, 시기심, 우울증 등 내면의 아픔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자존감의 회복도 필요하고, 자신을 가둔 보이지 않는 유리벽도 허물어야 하고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대인들이 겪는 심리적인 문제들은 문명사회로 점차 진행되면서 함께 따라오는 무한경쟁과 무관치 않은 듯 하다. ADHD(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의 경우 과거에는 이슈가 되지 않은 질병이지만 지금은 많은 부모들을 괴롭히는 질병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지난 백여 년 사이의 세월 동안 사회문화의 급속한 발전에 의해 학업이나 사회생활에서 배워야 할 절대량은 많이 늘어난 반면 인간 뇌의 발달은 그 만큼 따라가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우울증도 마찬가지다. 다같이 없을 때에는 몰랐던 상대적 빈곤과 박탈감은 현대인을 심리적으로 위축시켰다.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는 더욱 복잡 다단하다. 이러한 어려움을 벗어나서 오롯이 서서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서로의 도움이 필요하다. 빨리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천천히 함께 감이 오래갈 수 있는 길이라는 말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 〈심야 치유식당〉 / 하지현 / P 307 / - 출처 ＇12.10.13 by East-hi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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