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경 〈사람풍경〉 - 여행에서 만난 심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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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김형경 출판 : 사람풍경 발매 : 2012.03.10 어떤 책에 필(Feel)이 꽂히면, 해당 책을 지은 작가의 다른 책들을 사고 싶어지는 욕망을 내려놓기 힘들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이 히트를 치면, 전에 빛을 보지 못했던 同작가의 다른 책들도 함께 책방 중앙에 자리잡고 독자들을 기다리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김형경 작가의 〈좋은 이별〉을 읽고 나서, 그녀의 다른 책들을 읽게 된 것도 심리학에 대한 관심과 함께 김작가의 글이 워낙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 개의 공감〉과 더불어 〈사람풍경〉을 순차적으로 읽었다. 책을 읽다 보면 무시할 수 없는 게 ‘순서’이다. 김형경 작가의 〈사람풍경〉을 읽으면서 “아 왜 이 책을 맨 나중에 읽었지?” 라고 한 숨을 토해 낸 것도, 이 순서에 대한 아쉬움이다. 세 권의 책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 여행을 다니면서 마주친 낯선 타인들에 대한 심리분석이 예리하고 어떤 행동의 원인을 심리학적 차원에서 잘 분석해 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다른 책들이 더 쉽게 다가올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은 책을 읽는 내내 떠나지 않았다. 〈사람풍경〉은 심리학 문외한 들에게 아주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힐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집을 팔아 여행경비를 마련하고, 세계 각지를 돌며 우연히 만난 이국인들을 대상으로 심리분석에세이를 썼다. 집값으로 여행경비를 마련했지만, 아마도 인세로 그 이상 벌어 들이지 않았을까 하는 세속적인 생각도 문득 들었다. 왜 갑자기 고상한(?) 독서를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드는지…, 돈이 들어갔다 하면 일단 손익부터 따지는 버릇은 직업병인가보다. 〈사람풍경〉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감정들, 무의식, 사랑, 분노, 우울, 불안과, 생존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발휘되는 의존, 중독, 질투, 분열, 투사, 콤플렉스, 그리고 긍정적인 가치라고 명명한 자기애, 자기존중, 에로스, 공감, 용기 등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풀어냈다. 여행은 주로 풍경과 문화가 대상이 되지만, 〈사람풍경〉은 제목 그대로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 그래서 부제도 여행 심리 에세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심리학을 이론적 바탕으로 삼고 있다. 역시 비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학습에 의해 습득된 내공이 책에서 펼쳐진다. 저자의 설명 곳곳에서 낯설지 않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바로 유년기, 어린 시절이다. 성인이 되어 겪는 다양한 문제들은 유년시절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유래된다는 설명이다. 역시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글의 내용에서 타인에 대한 심리분석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이야기도 진솔하게 꺼내놓는다. 자신의 과거 상처를 담은 내밀한 고백과 타인에 대해 느끼는 감정들을 함께 연결하여 설명하기도 한다. 솔직한 자기 고백이 담겨져 있기에 이 책은 설득력 있게 독자에게 다가가는 것 같다. 저자의 심리분석 글 중에 눈에 띄는 대목들이 많이 발견된다. 분노가 전형적으로 사랑의 뒷면이라는 설명이다. 대상을 잃었거나 애착의 감정을 박탈당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는 사실과 누구나 내면에 억압된 분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분노를 어떻게 다스리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한다. 나도 내 안에 엄청난 분노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한다. 억압된 분노이다. 일일이 밝힐 순 없지만 어린 시절에 나도 많은 상처의 기억이 있다. 이런 기억이 결국 억압된 분노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고 내 안에 똬리를 틀고 자리잡고 있음을 고백할 수 밖에 없다. 의존성에 대한 설명도 유사하다. 자주적이고 독립심이 강한 사람이 오히려 내면에는 의존성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도 자신이 자주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신분석을 받으며 자신의 내면에 누군가에게 보호받고 도움 받고 싶은 마음이 엄청나게 억압되어 있음을 자각했다고 한다. 질투는 사랑과 관계 있다고 한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에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즉 반대 성의 부모를 욕망하면서, 동성의 부모에게 느끼는 감정이 곧 질투라고 하는데 삼각관계가 존재해야 질투가 성립한다. 시기는 조금 다르다. 타인에 대해 느끼는 부러움의 출발이며 두 사람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으로 타인이 가진 것을 파괴하고 싶은 욕망이라고 한다. 투사는 스스로 인정할 수 없는 욕망, 생각,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옮겨놓는 방어기제라고 하는데, 옳고 선한 것은 자신의 일부로, 악하고 부정한 것은 상대에게 이전하는 태도 말이다. 지역감정, 마녀사냥, 인종차별주의 등이 대표적인 투사로 볼 수 있다. 모든 사람의 내면에 상존하는 태도이다.게슈탈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모든 타인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심리여행 에세이라는 다소 독특한 부제를 달고 내 곁에 다가온 〈사람풍경〉은 심리분석과 관련된 지식을 선사했다.아울러 여행중 만난 이국 사람들과 자신을 함께 정신분석의 대상에 올려놓고 글을 쓴것이 신선하게 다가왔고, 다양한 심리관련 주제를 여행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어 이 책은 나에게 매우 친절하다. 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분석을 통해 나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다양한 상처와 문제를 발견한 것은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렇게 내 안에 내재되어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결국 ‘나’이겠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뎠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김형경의 마지막 말은 긴 여운을 남긴다. “이제 나는 내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며,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하며, 정의롭기도 하고 비겁하기도 하며 이기적이기도 하고 이타적이기도 하며… 그런 얼룩덜룩하고 울퉁불퉁한 존재로서 존엄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 〈사람풍경〉 / 김형경 / P373 / ＇12.10.31 - 출처: by East-hi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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