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지영 〈높고 푸른 사다리〉 - 사랑의 본질은 무엇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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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푸른 사다리 작가 : 공지영 출판 : 한겨레출판사 발매 : 2013.10.28 〈높고 푸른 사다리〉 공지영 작가는 〈도가니〉 이후 4년만에 〈높고 푸른 사다리〉라는 소설을 출간했다.사회성 짙은 작품으로 정평이 나있는 공 작가가 이 번에는 사랑의 본질이라는 주제를 통해 무게감 있는 메세지를 독자에게 던진다. 소설은 앙드레 지드의 〈좁은문〉을 일부 연상케 한다. 〈좁은문〉은 세속적 사랑의 욕망과 신에 대한 복종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촌지간인 제롬과 엘리사의 사랑을 다룬 소설이다. 소설의 결말은 결국 신에 대한 복종을 우선시한 엘리사의 선택으로 마감하지만 이 소설은 1900년초 기독교적 세계관이 지배한 유럽에 강한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공 작가가 지드의 〈좁은문〉에서 영감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신과 인간의 경계선에서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루었다는 점은 유사하다. 〈높고 푸른 사다리〉는 수도원의 젊은 수사 정요한 신부와 수도원의 아빠스(Abbas)의 조카 소희의 사랑이 서사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물론 사랑이야기는 중심인물에 한정하지 않는다. 아가페적 사랑, 에로스의 사랑 등 다양한 사랑을 담아내고 있다.미국에서 유학중인 아빠스 신부의 조카 소희는 종교인의 특수한 스트레스와 관련한 논문을 쓰기위해 수도원을 방문하게 된다.논문작업을 하며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 요한수사와 소희는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신부수업을 받고 있는 요한과 미국에 결혼을 약속한 애인이 있는 소희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하는 듯 하다. 하지만, 요한은 〈좁은문〉의 엘리사와는 반대의 선택을 한다. 신부가 되기 위한 꿈을 포기하고, 소희와의 인간적 사랑으로 자신의 삶의 방향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요한이 소희에게 던진 말은 그의 선택의 굳건함을 느끼게 한다. ＂소희야 이제 더는 갈팡질팡하면 안돼. 사랑은 선택하는 것이고, 선택은 곧 또 다른 하나의 포기야. 둘 다 가질 수 는 없어.＂ 하지만 주인공 요한의 선택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다. 결국 요한이 선택한 새로운 삶의 길은 인위적 장애물로 인해 끊기고 만다. 요한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신부의 길을 걷게 되고, 젊은 날 자신을 방황케 했던 에로스적 사랑이 아닌 다른 사랑을 경험케 한다. 소설은 주인공 요한과 소희의 사랑이외에 다른 유형의 사랑 그리고,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교회에 대한 냉소를 담고 있다. 요한의 동료 수사인 안젤로와 미카엘을 통해서는 규정보다 숭고하고 가치있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수도원으로부터 외출 금지 징계를 받고 있던 미카엘과 안젤로는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야학을 운영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수도원의 규정을 어긴 죄로 징계를 받은 당일 미카엘은 교회를 향해 쓴소리를 날린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신념과 가치 때문에 불행을 당한다. 교회를 향해 던지는 미카엘의 외침은 단순히 소설 속에서가 아닌 현실의 교회를 향해 있다. 그래서 더 쓰리고 아프다. 낙태하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왜 젊은 엄마들이 배 속에 든 아이를 죽일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조금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교회, 수백 명의 인명을 살상하려는 강대국의 무기 판매에 아무 경고도 하지 못하는 교회, 〈중략〉 부자가 재산을 자랑할 때 약탈과 착취가 묵인되고 군 지휘관이 승전보를 알릴 때 대량 학살이 묵인되고, 고관대작이 권력을 뽐낼 때 폭력이 묵인되어 있는 것이 분명함에도 이것들이 그들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자신도 그 부류 속에 있음을 의심하라_68쪽 미카엘의 죽음은 요한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한다. 왜 대체 선한 사람이 죽음을 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 말이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은 인간의 영역이지만, 죽음 그 자체는 신의 영역이기에, 왜라는 질문은 무용하다. 어쩌면 요한은 신이 인간을 사랑하는 방식에 대한 깊은 의문을 품었을 것이다. 신이 있었다면 그 자리에서 멱살을 잡았을 것이라고 하면서 그는 죽음의 수용소를 체험한 빅터 프랭클의 말을 술회한다. 어떤 사람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어떤 궁극적인 의미, 다시말해 초월적인 의미를 가져야만 한다. 인간은 그 초월적인 의미를 알 수 없지만 그저 믿어야만 한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모르 파티(amorfati), 즉 운명에 대한 사랑이다. _162쪽 이 소설은 사랑은 연결되어 있으며 회귀한다는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6.25전쟁당시, 흥남부두에서 1만4천명의 목숨을 살린 빅토리아메러디스호의 실제 이야기를 삽입하여 팩션(Faction)의 요소를 가미했다. 그 사랑을 베푼 배의 선장은 신부가 되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뉴저지의 뉴튼 수도원을 인수 할 교회를 찾고 있었고, 요한이 몸담고 있는 수도원이 인수검토를 한다. (뉴튼 수도원도 실제 존재하는 수도원임) 최종적으로 한국의 수도원보다 30배 규모가 큰 뉴튼 수도원의 인수를 포기하려 했지만, 빅토리아 메러디스호에서 목숨을 구한 1만 4천명중의 한 명이 요한수사의 할머니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사랑은 하나님에 의해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한 요한의 수도원은 뉴튼 수도원을 인수 하게 된다. 종교적 신념과 애로스를 사이에 두고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은 현실에서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나, 카톨릭 시각에서는 양립할 수 없는 가치이다. 하지만 세상적 가치에서는 에로스 사랑을 위해 소명(Calling)을 포기하는 것이 합당한지 여부를 가리는 것은 개인의 가치관과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물론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다른 문제이다. 사랑을 포기하는 것으로 종교적 신념과 가치관을 지키는 것이 신에 대한 사랑이며, 오히려 인류애를 실천하는 길을 대승적 가치로 여기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반면에 신념보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여, 에로스적 사랑을 통한 행복감에 무게중심을 두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랑이 어떤 유형이든 사랑의 본질은 타인을 향한다는 것이다. 사랑하면 상대가 원하는 것, 상대가 지향하는 가치에 맞추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은 결코 이기적일 수 없다. 공지영 작가가 아픔과 고뇌속에 출간한 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는 이 겨울, 사랑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하는 책이다. - 소설 속으로 - 어떤 이유로든 사랑은 아프고, 그래서 하느님도 늘 아프세요. 하느님은 사랑하니까요. 한 노을을 보면 그게 상처 난 하나님의 섬세한 마음인 거 같아서 덩달아 마음이 아파요. 119쪽 너무도 당연하지만 어떤 죽음도 상투적이지 않다. 수십 억의 사람이 태어난다 해도 어떤 태어남도 진부하지 않듯이 말이다. 354쪽 사랑은 거래가 아님을, 사랑은 대가가 없는 것임을. 사랑은 오래 참고 오래 바라며 사랑은 결국 주는 것을 그 본질로 한다는 것을... 290쪽 ;) 〈높고 푸른 사다리〉 / 공지영 / P379 / ＇13.11.30 출처 : by East-hi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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